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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과 비판…연극 ‘엠.버터플라이’

중국 스파이 ‘쉬 페이푸’와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의 이야기 모티브
서양의 동양에 대한 편견과 왜곡 비판
5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난 환상을 선택할거야”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자결을 선택하며 한 말이다. 내가 사랑한 것은 눈앞의 버터플라이일까,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자신이 사랑하고 아이까지 낳은 버터플라이 ‘송 릴링’이 남자였다는 사실은 지금껏 성별을 속인 '그녀(그)'에 대한 배신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끝내 그의 마음은 무대 위 ‘송 릴링'을 향한다.

 

20주년을 맞은 연극열전의 첫 번째 작품 ‘엠. 버터플라이’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2년 ‘연극열전4’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17년 사연 이후 7년 만의 공연이다. 이번 시즌은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개작 버전의 첫 국내 상연이다.

 

 

1964년 중국 베이징에서 프랑스 영사관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르네 갈리마르’는 새로운 중국의 문화에 매료되고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를 공연한 중국 배우 ‘송 릴링’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르네 갈리마르’는 낯설고 신비스러운 ‘송 릴링’을 찾게 되고,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송 릴링’은 ‘르네 갈리마르’가 꿈꿔왔던 순종적이고 완벽한 동양 여성이었다. 아이를 낳고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의 망명을 꿈꾸고 있던 그 때, ‘송 릴링’과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송 릴링’은 중국인 남성 첩보원이었다.

 

 

중국 배우이자 스파이였던 여장남자 ‘쉬 페이푸’가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유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서구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과 편견’을 뜻하는 오리엔탈리즘은 두 주인공의 주된 논쟁거리였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사실 ‘르네 갈리마르’는 순종적인 척 하는 ‘송 릴링’을 사랑했고, 여장남자였던 ‘송 릴링’은 오리엔탈리즘을 이용해 첩보 생활을 했다. 서양 남자가 갖고 있던 동양 여성에 대한 환상은 ‘송 릴링’이 ‘르네 갈리마르’를 속일 수 있는 토대가 됐고,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송 릴링’을 사랑하게 했다.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둘의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며 문화예술을 탄압하고 계급투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풍토가 둘의 모습을 애달프게 한다. 경극이 금지되고 강제 노역에 동원되지만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해야 하는 ‘송 릴링’과 ‘마담 버터플라이’를 사랑한 ‘르네 갈리마르’는 이데올로기와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장남자를 연기한 ‘송 릴링’ 역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당시 시대를 재현해낸 소품들이 몰입감을 높인다. 2층 계단의 무대가 경극 배우의 위엄과 신비로움, 문화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무대 전체를 둘러싼 흰 천이 극적 효과를 가져온다.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 연기가 120분 동안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오리엔탈리즘과 ‘쉬 페이푸’와 ‘버나드 브루시코’ 사건의 전말, 그들의 사랑을 그린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5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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