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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진경준-우병우의 인생 스토리

 

진경준 검사장. 지금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정말 잘 나가던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고시 2관왕’이었고, 서울지검 검사로 첫 발을 내딛으며 연수원 동기들의 부러움을 샀다. 실력을 인정받아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2007년 말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가면서부터 권력의 핵심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받은 시점 역시 이 때였다. 그는 검사장이 되면서 재산공개를 했는데, 156억 원으로 법조인 재산 1위를 기록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그 역시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서울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검사로 재직하면서 ‘이용호 게이트’, ‘박연차 게이트’,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같은 초대형 사건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중수1과장 때 검찰에 출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심문했던 당사자였는데, 문재인 전 대표는 그때 우 검사의 모습에 대해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회고록에 남겼다. 우 수석은 2014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2015년 민정수석이 되면서 권력의 실세로 불리우기 시작한다. 그의 재산은 393억원이 넘어,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 랭킹 1위를 기록하곤 했다.

최근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 두 사람에게서는 여러 공통점이 발견된다.

최고 일류 대학에 들어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 이후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의 가도를 달린다. 그리고는 권력의 가까이에 갔다가 자신이 권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고 산다. 그러나 한창 잘 나가던 시기 다음에 논란의 주인공이 되어 몰락 혹은 위기를 맞게 된 것도 공통점이다.

물론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잘 나가는 검사가 되고, 막강한 재력가가 된 것 자체를 흠잡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경준-우병우’들이 살아온 길을 보면, 사회의 햇볕 드는 환한 곳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만, 햇볕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서 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20대의 나이에 ‘영감님’ 소리를 들으며 권력을 행사하고, 더욱이 재력가까지 된 법조 공직자들에게 세상은 그리 부조리하거나 나쁘지 않은 것이었을 게다. 그렇게 자기들의 세상만 누리며 성장하고 살아온 1%의 눈에, 과연 힘없고 약한 99%들의 사연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많은 것을 성취한 높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실력대로 살아가는 곳으로 보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들 앞에서 신문으로 책상을 치며 항변했다는 우병우 수석은 자신을 향한 여론의 비판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들의 의경 ‘꽃보직’ 논란이 이 땅의 흙수저들의 가슴에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강남 부동산 계약금을 받자마자 그 돈으로 다시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계약하고,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매입한 처가 식구들의 행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무엇보다 민정수석의 자리에 있으면서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우 수석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일들이 위법인지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 이전에, 우 수석과 그 집안 사람들 행동은 국민에게 너무도 큰 위화감을 낳았고, 이미 드러난 그 이유만으로도 물러나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설명된다.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그렇게 ‘오만함과 거만함’을 보였던 검사였다면, 힘없는 약한 사람들에게는 어떠했을까를 상상해보는 것은 나의 악취미 때문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는 세상 다른 사람들의 억울함과 답답함도 생각할 줄 아는 공직자가 되었을까. 그렇다면 일단은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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