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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 칼럼]박준영 변호사 바라기

 

지난번 칼럼에 동네 변호사를 주제로 한 얘기를 하면서 박준영 변호사를 한 예로 들었는데 그 후 그와 함께 활동하는 박상규 기자가 박 변호사의 이야기를 스토리 펀딩으로 구성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나의 옆 사무실이라 식사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자주 마주치곤 하는데 퇴근 시간을 보면 거의 밤 열두시이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할 것 없이 매일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으니 정상적인 변호사 사무실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러던 그의 사무실 앞에 방송국 카메라맨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수원역 노숙인 살인사건 관련자들의 국선 변호를 맡아 남다른 노력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박 변호사의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그가 사건 수사 기록을 내밀고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 기록에 있는 조사과정의 대화 내용과 그 대화 내용을 타자한 수사 서류, 즉 피의자 신문 조서의 내용이 확연하게 다르다며 이는 허위 공문서 작성이라며 분개했다.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어쩌면 이렇게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지….

사무실 운영경비 절약을 위해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지방 출장으로 항상 문이 잠겨 있는 박 변호사의 사무실에 하루는 무표정의 남자가 보초서듯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 직원은 점심시간이 되면 내 사무실 여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였는데 그 사연이 기막히다. 남파 간첩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고생하다가 박 변호사를 만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오갈 데 없어 박 변호사 사무실에 출근한다고 한다. 북한 이탈 주민으로 한국에 왔으나 남파 간첩으로 몰려 구속되고 고초를 겪느라 제대로 한국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탓에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다.

우편배달원은 박 변호사의 우편물을 아예 내 사무실로 가져오고 있다. 박 변호사가 내 사무실 여직원 책상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간단한 서류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측은한 생각도 들고 대단하다는 존경심도 우러난다.

박 변호사에게는 전국 각지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우편물이 도착한다. 그뿐 아니라 얼굴 보고 사정하러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게 보면 참 대책 없다. 가끔 내가 전국 법원 부근 어디나 변호사 간판이 넘쳐나는데 왜 수원법원에서도 좀 떨어져 구석에 있는 이곳으로까지 찾아와야만 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아무도 내 얘기를 안 들어주려 한다, 변호사조차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사무실 월세를 못내 보증금이 다 깎이고 8월 말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다행히 펀딩을 통해 개인의 마이너스 대출을 갚고 사무실을 마련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박 변호사 또는 이와 같이 일을 할 변호사를 위한 지속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박 변호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나를 통해 도와줄 방법을 묻거나 그의 연락처를 알려 한다. 그는 공익변호사를 운영하는 단체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수원에도 이와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수임료 없는 경제적 약자를 위해 최소한의 급여만 받고 봉사하는 변호사 그룹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수원가정 법률상담소나 수원경실련에서도 겨우 2~3명의 상근자를 유지하고 있는데 변호사를 상근자로 둔 공익단체가 과연 가능할까?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그와 박상규 기자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호소한 파산 변호사 스토리가 예상 밖의 큰 호응을 얻으며 푼돈이 모여져 2억 원을 돌파한 사건 아닌 사건에서 보듯 박준영 마케팅을 통해 무모한 도전을 해보자. 수원의 자랑거리가 많지만 또 하나 더 만들어 후대에게 법률복지분야의 한 모델을 유산으로 남겨주자. 사무실을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있고 하니 가칭 ‘박준영 공익변호사 재단’이라는 타이틀로 회원을 모집하고 임원진을 선임하여 출범한 후 경기도와 수원시의 기금 출연, 기업체와 단체의 후원으로 기본재산을 만들고 매달 인건비와 운영비는 회비, 각종 소송구조기금을 통해 얼마든지 조달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한 변협에서도 동일한 기능의 부서를 만들 수 있고 각 지자체에도 확산될 수 있다. 이곳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어차피 변호사 선임료가 없는 분들이니 변호사 단체가 반대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개인 후원이나 예산편성에 의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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