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2년째 예비순번 불변
웃돈 주면 바로 입주가능 기막혀”
중개사 “프리미엄 수천만∼1억여원
로또와 같은데 그냥 해약 안해”
“서민 주거복지정책 제공 주택
특정인 재산증식 수단 악용돼
적절한 개선 대책 필요” 여론
<속보> 공공임대주택이 억대의 웃돈이 붙어 암암리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본보 10월 13일자 1면 보도) 이런 영문도 모른 채 수년간 자신의 입주 순서만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입주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1천 세대가 넘는데 2년 동안 사정이 생겨 이사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A씨는 수원 호매실지구 내 A-4 블록 LH 13단지(1천428세대) 10년 공공임대주택의 예비입주자로 순번은 14번째다.
해당 주택은 현재 프리미엄으로 6~7천만원이 형성돼 있지만 A씨의 순번은 2년째 그대로다.
A씨는 “2년 가까이 수백 세대 중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이사를 나가는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실거주를 목적으로 순번이 올 때까지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예비입주자만 수백 명인데 순번과 상관없이 웃돈을 주면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는 게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호매실지구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나가는 사람은 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냥 LH에 해약하는 경우는 10건 중 한 건이 채 될까 말까”라며 “현재 시세가 7천만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누가 그냥 내놓겠느냐.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양도나 전대가 가능하므로 공공임대주택이 또 하나의 로또”라고 귀뜸했다.
광교신도시 내 1억5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없어서 못 판다는 A10블록 LH 휴먼시아 60단지(701세대) 예비입주자인 B씨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순번이 10번이라는 B씨는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인 공공임대주택이 특정인들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되는 건 개선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해약자가 발생하면 예비입주자 순서대로 안내문을 보내 계약 체결 후 입주예정일에 맞춰 입주하고 있다”면서도 “굳이 LH를 통하지 않아도 임차인이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바로 조건에 맞는 사람에게 양도나 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비입주자의 순번이 줄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6일 현재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 관할 내에는 성남시 9곳, 수원시 8곳, 오산시 3곳 등 총 24개 단지, 예비입주자만 1천82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