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고]불 못 끄는 소방서장

 

“여러분, 저는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못 끕니다. 소방차가 도착할 때면 이곳은 이미 불이 크게 번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안 되지만 혹여 불이 나면 여러분이 나서서 꺼야합니다. 대신 불을 끌 수 있도록 시설은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 골목길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필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만약 불이 나면 소방대원이 골든타임인 5분내 도착하여 진화활동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비율은 60% 정도다. 특히 주택가 골목길 화재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광명시 전체 13만여 세대를 주거형태로 나누면 고층아파트지역과 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 지역이 각각 절반 정도다. 아파트에는 법정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소방안전관리자가 지정되어 있어 정기적으로 점검과 교육·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재발생시 가장 걱정되는 곳이 주택가 골목길이다. 이곳의 안전을 위해 ‘불 못 끄는 소방서장’이라고 역설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지역안전을 위해 추진한 몇 가지 사례를 기억하고자 한다.

광명지역에는 노후주택밀집지역 4개소가 있다. 이곳의 화재취약점은 무질서한 전기시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에 구성된 ‘광명시소방안전협의회’의 지원를 받아 무료로 전기배선을 정비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명시에서 호스릴소화전을 12곳 설치해 불이 나면 주민들이 직접 불을 끌 수 있도록 훈련도 하고 있다.

소방서와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는 주택밀집지역 취약세대에 대해 화재를 알려주는 감지기와 소화기를 9천800여대 지급했으며, 소방호스 적재함을 촘촘히 설치하여 주민 스스로 화재진화에 나서도록 의용소방대원, 자율방재단원, 통·반장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광명전통시장과 주변 골목길에 ‘보이는 소화기’함도 설치하여 화재가 나면 누구나 가져다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율방범대 등 유관단체도 협력하여 지역안전을 함께 지키고 있다. 안전순찰 중에 소화기로 불을 끄고, 시민이 집에 있는 소화기로 옆집 화재를 끈 사례도 있다. 이들을 표창하여 ‘시민을 살린 영웅’이라 불러줬다. 내년에도 시민안전을 위해 ‘불 못 끄는 소방서장’에서 ‘안전을 지키는 소방서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 광명시의 지원을 받아 ‘시민안전체험센터’를 소방서에 설치할 예정이다.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지진체험, 화재현장 탈출, 안전시설 사용법 체험, 소화기, 심폐소생술 등 재난에 강한 광명시민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최고의 안전도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정기적인 출동훈련과 시나리오 없는 심야 실전훈련으로 소방관들의 대응역량을 키워 주민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다.

정도무우(正道無憂)라는 말이 있다. ‘바른 길로 가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은 서두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사고가 나면 수습하는 사후(After)행정이 아니라 사전(Before)행정이 요구된다. 화재예방을 강화하여 불이 안 나도록 불단속이 가장 중요하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겨울철, 불의 계절이다. 난방기구 사용 증가와 관리소홀로 대형화재가 종종 발생한다. 재난은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원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그러나 시민 스스로 노력하면 안전은 분명 얻을 수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지역을 위해 더욱 더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