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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정기관들 외국어 남용, 너무 심하다

‘제세동기(除細動器)’ ‘구배(勾配)’ ‘양묘(揚錨)’ ‘시건(施鍵)’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22일 전기한 용어를 비롯해 안전 분야 전문용어 42개를 국민들이 알기 용어로 바꿨다. 심폐소생술 응급장비 ‘제세동기’는 ‘심장충격기’로, ‘구배’는 ‘기울기’로, ‘양묘’는 ‘닻올림’으로, ‘시건’은 ‘(자물쇠로)채움’으로 순화했다.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서는 아직도 뜻을 알기 힘든 한자나 일본식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는 관행적으로 사용돼온 일본식 한자, 어려운 한자를 일제정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와 31개 시·군에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도내 시·군들도 ‘일괄정비 조례’를 만들어 조례 내용을 우리말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부적절한 용어가 워낙 많은 터라 고민이 깊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수원·성남·부천·이천·시흥 등 소수 지자체들만 조례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워낙 오랫동안 사용해 온 용어들이라 고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훌륭한 우리말을 두고 영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각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영어 중엔 ‘~데이’가 유난히 많다. 짜장면 데이, 상상데이, 사랑 빵데이, 휴먼 밥상데이, 애플데이, 톡톡데이 등이 그것이다. 그냥 ‘~날’하면 될 것을 무슨 멋이 든 건지 굳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스템, 매뉴얼, 프로젝트, 랜드마크, 거버넌스 등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공문서에 사용한다. 각 지방정부의 표어도 영어로 쓴 곳이 많다. ‘굿모닝 경기’ ‘휴먼시티 수원’ ‘렛츠 고양’ ‘클린 광주’ ‘판타지아 부천’ ‘브라보 안산’ ‘미라클 연천’ 등이다. 대신 ‘길이 열리는 화성시’ ‘맑은 행복 양평’은 얼마나 좋은가? 고 심재덕 수원시장 시절의 ‘하하 수원’도 멋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까닭은 백성들을 깨우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작 공직자들이 소중한 한글의 정신을 망각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UCLA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글을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편합니다. 모음과 자음이 모양이 달라 1000분의 1초 만에 자음인지 모음인지 구분 가능합니다. 세계 모든 언어를 통합하기 위해 하나의 문자 체계를 고른다면 한글을 강력 추천할 것입니다”라고. 행정 분야에서 만이라도 이렇게 훌륭한 한글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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