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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매화천국에서 다 털고 가삐라!

 

이른 봄날, 앞마당에 쌓인 눈이 싸묵싸묵 녹을 때 가리 나는 꼭 그러쥐었던 손을 풀고 마루 끝으로 내려선 다음, 질척질척한 마당을 건너서 가리 내 발자국 소리 맨 먼저 알아차리고 서둘러 있는 힘을 다해 가지 끝부터 흔들어보는 한 그루 매화나무한테로 가리 <이른 봄날- 안도현>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며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가를 따라가면 광양 청매실농원이 있다.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매화, 이곳 매화마을에서 축제가 매년 이른 봄 개최된다. 이곳은 산과 밭에 가득한 매화 군락지는 맨 먼저 봄이 시작되면 매화가 꽃구름을 만들어내면서 장관을 이룬다.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는 청매실농원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길목에 안도현 시인의 ‘이른 봄날’ 글을 만난다.

이곳 청매실농원은 며느리 홍쌍리와 시아버지 故 김오천 선생이 평생 가꾼 곳이다. 농장의 대표인 홍쌍리는 1965년 광양 백운산으로 시집와서 약 30년간 매실 농사와 먹거리 연구에 매진하다가 1994년 청매실농원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1997년에는 매실 명인이 되었다.

지난 1995년부터 열린 매화축제에는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 2008년에는 청매실농원이 ‘백만불수출의탑’을 수상하며 기술혁신 중소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매화를 통해 과거에 못살았던 이곳 다압면을 먹고 살게 한 것이다.

이곳 농원을 걸으면 마치 꿈속에서 ‘꽃길’을 거니는 것 같다. 이곳의 매화는 은은한 향으로 마을 전체를 흐르게 한다.

홍쌍리는 이렇게 매화를 통해 이곳을 매력적인 농원으로 변신시켰다. 또한 지역의 문화콘텐츠 자산으로 매화축제를 만들었다. 외로워서 심기 시작한 매화가 이렇게 지역의 보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역문화의 자산을 가지고 만든 축제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 속에 주목을 받고 있는 축제의 대부분 지역사회의 공동체들이 얻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매화축제가 펼쳐지는 매화마을 주변에는 다압면 주변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들을 좌판대에서 판매하고 있다. 청매실농원에서는 이들에게 자릿세를 전혀 받지 않는다.

농원과 ‘광양매화축제’는 그 자체가 그녀의 한 인생의 연대기인 만큼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감동을 준다. 그녀가 농장을 가꾼 의지는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이타심(利他心) 바로 그것이었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엮으면서 매화향기에 빠져 그 체험을 통해 환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축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른 봄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애호가들의 이곳을 찾는 이유다. ‘홍쌍리’와 ‘청매실농원’ 그리고 ‘광양매화축제’는 일목요연하게 그 관계성에 있어서 눈에 확 들어온다. 광양매화축제는 축제 이야기의 핵심이 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청매실농원에서 매화축제를 하게 되었는지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축제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이다.

지역축제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인가, 지역주민들의 문화적인 자긍심 고취인가, 지역의 여러 단체들의 참여 기회인 문화 민주주의의 확대인가, 지역의 문화관광 자본의 환경의 개선인가 등 축제 개최의 명확함이 필요하다. 봄과 가을 많은 지역축제들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축제는 단연코 계절에 관련된 ‘꽃’을 테마로 한 축제일 것이다. 그러나 영원성이 없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제 축제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존재감으로서 지역민들 마음속에 자리잡는 영원한 가치로 이어져야 한다.

또한 축제의 목표 중에 하나인 지역주민의 일체감 조성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 그 축제의 영원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축제여야만이 지역을 살리고 또 살아서 숨 쉬는 축제가 된다. 규모에 관계 없이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또 자랑을 할 수 있는 축제다. 축제로 인해 지역 주변부에도 영향력을 미치게 하였을 때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의 영원성을 갖는다.

이러한 영원성을 구현할 수 있는 지속 발전 가능한 축제의 지향점은 변별력 있는 지역축제로서의 방향성, 지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의 구성, 그 누구나 방문하면 공감할 수 있는 그 지역 특유의 감동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축제 유무형의 성과를 통해 지역의 성장엔진으로써의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2018년 광양매화축제를 다녀오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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