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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새벽기도

 

새벽기도

/김운기

지혜의 샘물로
때 묻은 생각을 씻고
총명한 언사로
입을 열려고 해도
먼지만 맴도는 혀
선어善語들로 가득
은접시에 담아
그대에게 보내고자 하나
아직 헹구어내지 못한 먼지 입에 가득하여
입술을 열기가 부끄러운 새벽기도
받은 마음으로 은총의 향을 지피고
주는 마음으로 찬미의 촛불을 고쳐 밝혀
내게 주어진 오늘,
첫 시작의 창을 닦아
그대에게 드리는
새벽기도

 

 

정신을 번쩍이는 시를 만난다. 일상의 허물들이 주위를 맴도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자 하지만 사는 일이 사치스럽다. 통찰력과 성실로 자리 잡는 일이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윈스턴 처칠, 마하트마 간디, 빌 게이츠, 마틴 루서 킹, 아돌프 히틀러 등 온전한 세상의 험로를 걸어 올리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을 때 시인의 작품을 만났다. 시인은 자신의 영역을 성실한 이름으로 살아온 이력들이 읽혀진다. 정말 무엇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퍼주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 삶을 간구하지만 입도 없고 밑도 없는 길들이다. 돌아보는 눈물의 시간이든 기쁨의 시간이든 참회의 기도만으로 오늘을 살찌게 하는 봄날이다. 새벽을 여는 맑은 영혼으로 길을 다시 물어보자. 그리고 내일은 또 후회를 하자 더 부족하면 다시 省察(성찰)하자.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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