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 바람의 말

2010.05.19 19:33:20 12면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시인 소개 :1939년 1월 17일 (일본)
1959년 현대문학 시 ‘해부학교실’ 데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과 조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방사선 동위원소 실장
제54회 현대문학상 시부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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