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 아버지의 전화

2012.05.07 19:35:17 12면



술 취한 취객들이 새벽을 몰고 왔다.

새벽은 구역질로 인육의 냄새를

뿌려놓고

발로 차고 부수며

화풀이도 모자라

독수리에 침을 뱉는다.

거친 삶들이 출렁이는 혓바닥

이 밤을 지나 아침까지 수많은 말들을

들어줄 재간이 내겐 없다.

송수화기에서 휴대폰소리

또다시 새벽을 깨운다.

해남에서 급행 통신선을 타고

달려온 아버지의 전언이다.

별일 없느냐?

아이구! 아버지께서 이 시간에!

밤새 꿈자리가 너무 안 좋아.

꿈속에서 내가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노인네 안심이라도 한 듯

어여! 들어가라 하신다.

자식 걱정하는 아버지는

꿈속에서 아들과 만났고

나는 술 취한 취객들과

긴긴밤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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