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詩산책]"최기순시인"섬

2012.07.11 19:01:38 13면

 

자꾸자꾸 무너져요.

흔들리며 무너져요

밤새도록 솟아오른 꿈

부끄럽게 무너져요.

중심의 물결은

머물 것은 머물게 하고

떠날 것은 떠나라고 하네요

섬 주위를 맴돌던 바람은

뼛속까지 흔들리고 무너져

흔적 없이 가라앉을 때까지

견디라고 하네요

그럭저럭 견디려고 하는데

아래로부터 자꾸자꾸 무너져요

- 이낙봉 시집 / ‘다시 하얀방’

/ 2005년 / 글나무





바다에 떠있는 섬은 오랜 파도를 견디고 남아있는 대지의 한 덩어리이다 밤새 꿈을 꾸고 솟아오르다가 파도에 흔들리고 조금씩 무너지다가 다시 그럭저럭 견디어 내는 그렇게 해서 얻어진 이름이 섬 아니겠는가? 이 혼란스럽고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그래도 부끄럽게 무너질지언정 다시 밤새 꿈으로 솟아오르는 열정 때문일 것이다. 떠날 것은 떠나게 버려두고 머물 것은 머물게 하는 어쩌면 수도승 같은 처세가 이 세계를 견딜 수 있게도 하겠지만 어쩌랴! 시인의 아래로 아래로 부터 자꾸자꾸 무너져 내린다고 하는 인간적인 고백이야말로 우리의 본 모습이 이닐까?/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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