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詩산책]"오정국"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2012.07.18 19:37:05 13면

매미가 허물을 벗는,

점액질의 시간을 빠져나오는,

서서히 몸 하나를 버리고,

몸 하나를 얻는,

살갗이 찢어지고 벗겨지는 순간,

그 날개에 번갯불의 섬광이 새겨지고,

개망초의 꽃무늬가 내려앉고,

생살 긁히듯 뜯기듯,

끈끈하고 미끄럽게,

몸이 몸을 뚫고 나와,

몸 하나를 지우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는,

여기에 고요히 내 숨결을 얹어 보는,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 오정국 시집 ‘파묻힌 얼굴’/2011/민음사

시인은 재생을 꿈꾸는 모양이다. 진흙 속에 피는 연꽃에 까지 읽는 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몸 하나를 죽이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숨 막히는 고요가 팽팽하다. 이 세상 진흙탕을 건너며 흙 묻지 않을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매미가 벗는 허물처럼 우리에게도 삶을 건너며 벗어놓을 허물이 있다며.

/조길성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