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詩산책]최기순 시인"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012.08.16 18:38:51 11면

만년에는 이정운과 서로 잘 지냈다

달뜨는 밤이면 서로 모여서 손수 거문고를 격절하게 타기도 하였다.

뜰 앞에는 오동나무 한 그루와 파초 한 떨기가 있어서 맑은 그림자만 너울거려

한 점 진토의 기운이 없었으니 당시의 풍류였다.

-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009년/창비

 

 

 

친구란 무슨 존재일까요? 마음의 근심을 나눌 수 있고 적적할 때 불러 시간을 보내고 동문수학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개개인이 다 서로 분주하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여기저기서 만나는 얼굴들과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일이 빈번하다보니 마음이 있다 해도 먼 곳에 있는 친구를 일부러 청해 만나는 일도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친구라는 존재가치도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달뜨는 밤 오동나무 넓적한 이파리들의 그늘이 얼룩얼룩 마당을 덮고 파초 한 떨기 한 점 진토의 기운도 없이 그 그림자 또한 너울거려 맑고 고적한 운치를 더할 때 말없이 서로 감정의 높낮이를 어우르며 격절하게 거문고를 타는 두 선비의 풍모가 격조 높게 아름답고 또한 그립습니다.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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