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詩산책]함기석"너의 작은 숨소리가"

2012.10.28 19:41:44 13면

 

흔든다 아주 작은 먼지 하나를

흔든다 먼지가 앉은 나비 날개를

흔든다 나비가 앉은 꽃잎을

흔든다 꽃이 잠자는 화분을

흔든다 화분이 놓인 탁자를

흔든다 탁자가 놓인 바닥을

흔든다 바닥 아래 지하실을

흔든다 지하실 아래 대지를

흔든다 대지를 둘러싼 지구를

흔든다 지구를 둘러싼 허공을

흔든다 허공을 둘러싼 우주 전체를


 

 

 

호흡이란 말이 있다. 호흡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자신이 호흡을 하고 있는지 호흡을 하고 있기에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운 호흡이 어떤 것으로 방해를 받았을 때 비로소 절박감과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호흡의 존재가치를 끝없이 인정하게 된다. 작은 숨소리란 바로 호흡의 소리다. 그 호흡하는 숨소리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생명의 쳇바퀴를 돌려가는 것이다. 숨소리가 다른 사물의 숨으로 숨소리로 전이된다. 그것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우리가 살아있어야 바로 모든 생명체의 존립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 흔들고 흔들린다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공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함기석 시인의 정신의 건전함이 드러난다. 귀담아 듣지 않으면 듣지 못할 미세한 숨소리나 우주와 연결하는 끈이고 모든 존재를 가능케 하는 공존케 하는 끈이다. 너의 호흡소리가 나를 일깨우고 내 잠자는 사랑을 일깨우고 그리움을 일깨우고 그러면서 너의 호흡소리는 풀을 흔들어 풀꽃을 피우는 것이다. /김왕노 시인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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