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어른 되지 않겠다’ 스무 살 자원봉사자가 쓴 ‘대자보’ 화제

2014.04.22 21:39:53 3면

젊은이의 분노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 분하고 억울하다”

“이기적인 자만 살아 남아”

기성세대 무책임함 비판

“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정문 앞에 손으로 직접 쓴 대자보 3장이 나란히 붙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첫 장은 “재난사고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돈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지위가 높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 수 없었다”로 이어진다.

이어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다.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며 기성세대의 무책임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첫 장은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분하고 억울하다”로 마무리 짓는다.

둘째 장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느냐고 먼저 묻고 싶다”로 시작했다.

또 “몇 백 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직업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회를 만든 우리가,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책임 전가는 아닌지”라며 의문을 던졌다.

마지막 장에선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 참담한 세월을 몇 십 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랍니다”고 적혀 있다.

이 대자보는 안산에서 온 스무 살의 자원봉사자가 쓴 것으로 실종 고교생 친누나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자원봉사자는 “동생들이 많이 희생됐다”며 “지금은 책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구조부터 해야 한다”며 울음을 터뜨린 뒤 팽목항에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겠다며 친구인 실종자 누나와 함께 떠났다.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이 대자보 바로 위에는 인천하늘고 학생들이 단원고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와 쪽지가 함께 붙어 있었다./진도=김태호·김지호기자 kjh88@
김지호 기자 kjh88@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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