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산책]시인

2014.05.06 21:35:26 20면

시인

/김성규

죽은 물고기를 삼키는

두루미

목을 부르르 떤다



부리에서 삐져나온

푸른 낚싯줄

흘러내리는 핏물



목구멍에 걸린

바늘을 토해내려

날개를

터는 소리



한번 삼킨 것을

토해내기 위해

얇은 발자국 늪지에 남기며

걸어가는 길



살을 파고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두루미가 운다

-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창비, 2013)에서



 

 

 

시인을 두루미에 갖다 놓았네요. ‘학(鶴)’이라 부르지 않고 ‘두루미’라 했으니 시인은 왠지 고고해 보이지 않습니다. 보들레르는 시 <알바트로스>에서 시인을 ‘신천옹(信天翁)’이라 했습니다. 거대한 몸짓으로 하늘을 유영하는 모습이 신선처럼 보여 뱃사람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시인도 그 바닷새의 천성을 닮아 하늘과 바다를 유유히 날아갈 때는 더 없이 고귀하고 위대하지만 지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시(詩)는 아마 목구멍에 걸린 낚시 바늘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계륵과 같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생처럼 기쁨보다는 슬픔을,환희보다는 고통을 삼킨 시인의 운명 앞에 숙연합니다. 시인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의 다른 이름입니다. 하늘에 별만큼 시인은 많습니다. 다만 고통을 삼키고 감내하며 전율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나 시인일 수 없는가 봅니다.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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