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이 아직 도착을 못하셔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난 토요일 오후 6시, 예정됐던 인천음식문화박람회의 일명 ‘케이크 커팅식’이 지연되면서 장내 ‘양해방송’이 두 번이나 흘렀다.
15분을 넘어서자 앉아있던 시민들이 “시장 일정이 없는 날 개회식을 하지 그랬냐”며 하나 둘 일어섰다.
인천대교를 축소했다는 1천명 분의 ‘20m 대형 케이크’는 유 시장이 박람회장 마당에 도착해서야 시민들에게 나눠졌다.
박람회 참가업체 중 한 관계자는 “업체 협회가 외식업과 제조업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행사 진행에 일관성이 없다”면서 “설비나 입간판 설치여부 등 처음 조건과 다른 부분이 많고 특히 술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당초 약속은 온데간데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보도 제대로 안된 ‘보여주기식’ 행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다시피 제조업체들은 들러리”라며 “외식업의 경우 명인·명장을 강조하며 박람회를 주도하고 있지만 식품산업의 발전은 제조와 외식이 공존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업체·학교 간 산학협력에 참가한 학생은 “경험을 명분으로 포장지 등의 디자인을 주문·전시만 해 줄 뿐 취업까지 연계되지 않는다”며 “당초 ‘협력’이라는 청사진은 허울 뿐”이라고 조소(嘲笑)했다.
같은 날, 인천예술회관 광장에서도 ‘평생학습박람회’가 진행 중이었다.
간석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요즘 박람회가 남동구뿐만 아니라 소래포구까지 여기저기 많다. 말 그대로 범람 수준이다”며 “날짜가 같을 경우 가까운 장소에 몰아서 진행하면 세금 낭비 없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라고 질책했다.
일각에서는 시가 행사목적이 시책의 일환인지, 지역시민의 ‘흥’을 위한 문화인지를 점검하고 정론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가 행사를 주관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외식협회에 진행일체를 일임했다”며 “미흡했던 부분은 반드시 점검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외식업 10개, 제조업 35개 등이 지역시민의 요구·취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향후 인천지역 내 900여개의 식품제조업체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중국 등 해외수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 시장은 12일 간부회의에서 “각종 문화체육행사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나 결과물이 수요자 중심이므로 시민입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시민 참여·공유·이해를 강조한 바 있다.
/한은주기자 h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