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2014년

2019.06.16 18:26:00 22면

2014년

                             /최문자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어

오늘도 어김없이 건초 더미 사이로 2014년이 보인다

(………)

삶과 죽음 어느 것이 더 무서운가

죽음은

죽자마자 눈을 더 크게 떠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뭉텅뭉텅 사라지는 중이었고

나는 왼쪽 폐 반을 자르고

진통제 버튼을 계속 누르다가

살아나는 게 무서워 함부로 하나님을 불러냈다

매일매일

새까만 풀씨가 날아와

물에 젖고

차가운 흰 꽃이 피고

미숙하고 슬픈 기사처럼 함부로 시계바늘을 돌렸다

절벽과 산맥을 넘다 밤늦게 돌아와 미래가 적힌 달력을 찢었다

-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 2019·민음사

 

 

어디에 도착했다는 것은 어디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처럼 가장 지우고 싶은 시간은 오히려 가장 선명하게 살아나고 그 자리에 예기치 못한 꽃마저 피어난다. 생애의 절벽과 산맥을 넘어 어디론가 돌아온다는 것 혹은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허허로우며 찢고 싶은 미래인가. 시인이 들여다 본 카이로스의 시간, 지금과 겹칠수록 그의 시가 누군가의 영혼 속에 유영하고 있음을 시계바늘처럼 느낀다. 슬픈 시일수록 마음이 환해져 오는 것은 또 무슨 기괴한 시간의 파라독스인가?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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