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농아

2020.01.01 18:53:00 22면

농아

                                /김은옥

아이가 강아지풀을 고양이 볼에 갖다 댄다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낙엽 한 장을 다시 들이대다가

단추 크기만 한 노란 들국화 한 송이를 따왔다

고양이가 두 귀를 빠르게 펼쳤다 오므렸다 하더니

실눈을 확장하면서 아이를 바라본다

고양이가 귀를 쫑긋거린다

꽃들이 귀를 쫑긋거린다

골목이 귀를 쫑긋거린다

세상이 물속처럼 고요하다

- 미네르바 2016년 봄호에서

 

 

세상이 물속처럼 고요한데 꽃들이 귀를 쫑긋거린다? 고양이가, 골목이, 따라서 귀를 쫑긋거린다? 말 못하는 아이가 고양이와 나누는 교감이 살갗으로 느껴지는 시다. 소리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라서 고양이와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걸까. 소리 밖에도 많은 감각들이 살아 있어서 아니 더욱 증폭된 감각들이 아이를 풍요롭게 할 수도 있겠다. 나도 이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 물속처럼 고요해 지고 싶다.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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