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늘]화분 연대기

2020.07.15 04:00:00 16면

 

화분 연대기


                                   /안명옥

 

화분 하나 오래 놓였던 자리
자국이 남아 있다

 

새 화분을 들이고
한 구석으로 밀려났던 화분

 

내버려둔 시간 동안 저 홀로 견디며 
큰 잎사귀에 가려져 그늘을 품고 산 화분

 

이제 때가 된 거야 음악처럼 중얼거리며
들어보니 화분이 가벼워졌다

 

힘들던 시간 네가 없었더라면
집은 사막과 같았을 거야

 

누군가를 기다리던 뒷모습을 닮은
한 존재가 그렇게 떠나갔다

 

꽃 피우던 시절을 기억하는 한
우린 늙지 않는 것

 

자꾸 베란다가 허전해 서성거린다
지는 잎들이 바닥에 흥건하다

 

■ 안명옥   1964년 화성 출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시와시학’ 제1회 전국 신춘문예, 시집으로 ‘칼’과 ‘뜨거운 자작나무숲’ ‘콤한 호흡’ 출간. 서사시집 ‘소서노召西奴’, 장편 서사시집 ‘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 창작동화 ‘강감찬과 납작코 오빛나’, 동화 ‘금방울전’, ‘파한집과 보한집’, 역사동화 ‘고려사’ 등이 있고 성균문학상, 바움문학상, 만해시인상, 김구용문학상 등 수상.

안명옥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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