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늘]지지대를 떼어내며

2020.07.16 04:00:00 16면

 

지지대를 떼어내며
/장병천
마침내 그대는 길을 건너고 나는 지상을 떠멘다
그대가 내려놓는 세상은 가볍기만 해서
바람 없이도 수만 번도 날 수 있을 테고
너끈히 부러진 날개를 고쳐 메고 다시
가장 높은 하늘 한 바퀴쯤 넉넉히 돌 것이다
바라만 보던 중턱쯤에 키를 맞출 것이다
영영 결별을 선언할 것이리라
너를 묶었던 내 마음도 떨어져 나갈 것이리라
묶인 자리 패인 상처들도 제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도무지 아침이 멀기만 하다
그대의 품에서 청의가 빛날 때
낮은 곳에서 부르는 내 노래는 싱그럽다
하나 둘 넘어졌던 걸음들이 일어설 때
나는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이리라
주섬주섬 앉은 자리를 치워줘야 할 것이다
함께 휘거나 꺾이거나 넘어졌던 마음들도

 

■ 장병천 1959년 충북 괴산출생, ‘창조문학’, ‘동양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비존재’ 동인, 충남문학상, 창조문학상 수상, 시집 ‘한번은 나부끼는 바람이고 싶다’ 외 5권,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 교사.


 

장병천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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