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마리오네트

2021.05.06 06:00:00 13면

이것은 밀물이다

이것은 썰물이다

 

나는 발목이 바쁜 시녀

지금 묻어오는 달빛을 허락한다

 

어깨가 당겨지면

손마디를 푼다

팔꿈치를 조금 늘어뜨리고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한다

 

개를 끌고 가다

목줄을 놓고

안쪽으로 돌아도

바깥으로 돌아도

 

공주는 공주

시녀는 시녀

 

달빛 계단에

무릎이 꺾인다

주저앉을 때마다

주저 없이 일으켜 세워진다

 

나를 가둔 이는 등 뒤에 서 있다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는, 어쩌면

나를 닮은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신

 

정해진 줄 위에서 나는 나를 겪어낸다

 

▶약력 

▶전북 남원 출생.

▶서정시학(2010년)으로 등단.

▶시집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최치원신인문학상(2005년)수상.

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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