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참회…5·18 사죄 안한 노태우, 아들 통한 사후 대독사과

2021.10.27 16:23:31

"5·18 희생자 가슴 아픈 부분…과오 있다면 용서해달라"
생전에 "다시는 광주 같은 일 일어나면 안돼" 가족에게 밝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27일 아들 노재현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유언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때늦은 사죄의 메시지가 담겼다.

 

5·18에 대한 공개 참회 없이 생을 마감한 뒤 아들의 입을 빌어 유언의 형식으로 사후에 대독 사과를 하게 된 셈이다.

 

노 변호사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전했다.

 

그는 "10년 넘게 누워 계시고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직접적으로 말씀을 못 하신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육성 유언은 아니지만 고인이 평소 생전에 해오던 발언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희귀병인 소뇌 위축증 등을 앓으면서 오랜 와병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직접 대국민 사과의 메시지를 내기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 2인자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퇴임 후에는 5·18 무력 진압과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17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 복권됐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5·18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한 지난 26일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언급도 없이 사망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아들 노 변호사가 2019년 8월을 시작으로 3년째 5·18 묘지를 참배하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명해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진정성을 믿어줄 때까지 계속 사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 변호사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이 평소 5·18 운동에 대해 "미안한 마음, 사과하는 마음을 많이 피력했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지난해 6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987년 6·29 선언 직전에 노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5·18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의 뜻을 물리적이거나 강압적인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지났다"며 "다시는 광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고 차라리 내가 희생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노 변호사는 전했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은 가족들을 통해서나마 사죄의 뜻을 표해왔다는 점에서 아무런 반성도 없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이날 뒤늦게나마 유언 형식으로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끝내 '직접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5·18 피해자들의 가슴 속 응어리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5·18 단체들은 그동안 노 변호사의 '대리 사죄'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본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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