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발표된 ‘2024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인이 반응한 행복 지수는 전 세계 143개국 중 52위로 중위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체 행복 지수에 비해 노인의 행복도는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은 2023년 OECD가 발표한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우리나라 노인이 40.4퍼센트로 가장 높다. OECD에서 국가별 노인빈곤율을 공개한 2009년 이래 우리나라는 계속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위 라트비아 25.4퍼센트에 비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노인들은 우리나라 노인들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순자산의 약 80퍼센트를 60세 이상의 국민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그 비율이 50∽60퍼센트라고 한다. 이렇게 편중된 부(富)조차도 고령층 사이에서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어, 20∽30퍼센트의 노인들이 이 연령대에 축적된 부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 노인들은 전 연령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이지만 같은 연령대에서도 빈부격차가 여전히 큰 셈이다. 미국 노인빈곤율도 18퍼센트로 OECD 38개국 중에서는 5위에 해당한다.
노인들은 주로 연금, 저축, 자산 소득 등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러한 자원들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는 빈곤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체로 노인 빈곤층들은 생산가능인구로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저학력과 저소득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국민연금을 충분히 내지 못해 은퇴 후에 받는 연금으로는 여유 있는 생활은커녕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다수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도움을 받을 처지도 못 된다.
노인 빈곤층 가운데 직장 생활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이들조차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난을 자식에게는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으로 힘들게 모은 돈을 자녀 교육비에 투자하고, 정녕 자신의 노후생활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늙어서 별다른 소득도 없이 기초연금에 의지한 채 생활고를 겪으며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일수록 건강 문제로 고통받으며,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긴 노년기를 간신히 이어간다. 무엇보다 은퇴 후의 경제적 빈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신적 피폐를 안겨주며 대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적 불평등은 은퇴 후에 더욱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다. 어떤 노인들은 편안하고 풍요롭게 여생을 즐긴다. 그러나 은퇴는 했지만,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아예 은퇴할 형편이 안 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러한 빈곤층 노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더욱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구조적 지원이 부족하고, 가족 부양의 감소와 연금제도의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빈곤층 노인들을 위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노인 돌봄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