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해이다. 국가는 지금 12.3 비상계엄으로 혼란하다.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총리가 탄핵 되었다. 그리고 지금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넘겨받았다. 국가 비상상황에 권한대행이 있어 다행이다 싶으나, 전반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기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난무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보기 어렵다. 그 와중에 29일 제주항공 참사가 있었다. 행복여정문학 송년회를 마친 다음날 소식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을까. 두 명을 제외한 비행기 탑승 전원이 사망했으니, 2024년은 개인이나 국가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해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이루어놓은 성취도 있다. 두 번째 시집 ‘오늘도 마음에 꽃을 심는다’를 출간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창작지원 공모 선정작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글을 모았다. 글을 쓰는 기쁨도 크지만 책으로 출간했다는 뿌듯함도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확인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세상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세상을 보는 창이 생겼다고나 할까. 나는 감히 대한민국 국민이 걸어온 길을 가위로 천을 자르듯 재단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내가 천박한 지식으로 한쪽 편을 들어 대변할 생각일랑 일찍부터 없다. 그러나 나는 민주주의적인 생각을 배우지 않고는 세상을 보는 창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나의 일상과 연관되어 있기에 귀를 닫고 무관심할수록 세상과 멀어지고 고립된다.
2024년 또 하나의 성취로 국가 보조금 사업을 알뜰히 잘 해냈다는 기쁨이다. 해마다 보조금 공모에 지원하면서 비영리사업을 열심히 챙기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4년을 돌아보는 나의 마음은 뿌듯하다. 스스로 바보라 칭하며 마음 졸이며 했던 일, 다시는 돈 안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 손을 놓아버렸던 시간마저 좋게 기억된다. 인생사 험하고 굴곡진 일들이 이처럼 이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나를 믿고 참여해준 회원님들에게 감사하다. 내고향만들기공동체는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용인지역에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행복여정문학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시화전’,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을 진행한다. 이러한 활동으로 현재 탈북민 사회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결과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신년 2025년은 평범했으면 좋겠다. 비상계엄령으로 나라가 혼란한 일은 없으면 좋겠고, 갑자기 가족을 잃는 슬픔은 더욱이 없으면 좋겠다. 일상이 평화로우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부실한 몸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만남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좋기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 있는 리더를 만나면 좋겠다. 싸우고 상처받는 민주주의보다는, 소통하고 발전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새해에는 계획한 일들이 잘 이루어지고 올해처럼 2025년 또한 알찬 열매로 가득한 한해이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