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희망찬 음악으로 새해를 열었던 수원시립교향악단(이하 수원시향)의 신년음악회가 불발됐다.
수원시 새빛 신년음악회에서 수원시향의 참여가 취소됨에 따라 수원시향은 물론 연주에 함께하기로 했던 수원시립합창단의 연주도 들을 수 없게 됐다. 상위 기관인 수원시가 기존 신년음악회의 방향을 틀면서 초래된 결과다.
상위 기관인 수원시의 이같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수원시립예술단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는 23일에 예정된 수원시 새빛 신년음악회에서 수원시향이 제외됐다.
신년음악회는 송년음악회와 함께 수원시향의 연례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매년 빠지지 않고 개최됐다. 하지만 수원시가 대중 가수를 초청하는 등 공연에 직접 관여함으로써 수원시향이 설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수원시는 작년 11월 말 신년음악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25년도 수원시향의 신년음악회의 컨셉을 기존 클래식에서 대중음악 무대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가 공연의 주체인 수원시향이나 수원시립합창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다.
만일 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예술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면 수원시향이 지난해 말 2025년 신년음악회 일정이 포함된 올해 전체 연주일정 안내 책자를 시민들에게 배포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수원시향이 이미 예고한 신년음악회를 취소하면서까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상위 기관에 대한 눈치보기로 인한 것이라면 자율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의 권리를 행정기관이 침해한 것으로 읽힐 수 밖에 없다.
또 매년 이맘때 수원시향의 신년음악회를 손꼽아 기다려온 수원시향 회원들과 시민들과의 약속도 깨져버렸다.
자신을 클래식 애호가라고 밝힌 한 시민은 "수원시향 같이 역사가 깊은 연주단체의 신년 음악회는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또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역사 도시 수원이 전례를 깨면서까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수원시향은 1982년 창단 이래 신년음악회를 열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창단 45주년을 맞은 전문 예술단체가 상위 기관의 일회성 행사로 인해 역사성과 정통성을 침해받는 것은 예술 단체의 역사에 큰 오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단 한번의 선례가 반복의 명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수원시와 수원시향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의 한 교향악단 지휘자는 “정통성을 따져봤을 때 수원시향의 유료 회원 같은 마니아층은 비엔나 신년음악회를 생각하며 오리지널 클래식을 원할 수 있다”며 “신년음악회를 통해 상임 지휘자나 수원시향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클래식의 위상을 보여주길 바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올해는 수원시민들에게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교향악단이 빠지게 됐다”면서 “올해만 이렇게 진행하는데 변화된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립예술단은 수원시 산하 기관으로 단장과 운영위원회를 필두로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 수원시립공연단으로 이뤄져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