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사년도 한 달이 가고 둘째 달 중순이 지나간다.
2월은 28일까지다 1월 말경에는 설 연휴 겸 공휴일로 쉬고 2월은 28일까지니까 새해 벽두부터 뭔가 헐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싶었다. 그런데 명절에 다녀간 어느 회사 사장 말이 떠올랐다. 매일 꼬박꼬박 광고를 내보내야 하고 기사를 써 편집해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계약 사회에서는 하루하루가 경제적 단위 가치로 따져질 수밖에 없다던 그 말이.
나라 밖으로 눈을 주면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에 따른 불안의식은 심각해졌다. 이민자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국내 사정은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란 자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한 지지자들의 난립과 난동, 그리고 그 후유증과 통치자의 비이성적인 재판과정의 태도 등 마음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새해라고 맑은 기운으로 덕담을 나누기에도 어설프기만 했다. 매사 기본과 근본을 놓치면 개인의 삶도 나라도 혼란스럽고 불행한 것. 하루 속히 기본 질서가 잡혀 사람다운 삶을 고민해야 할 같다.
무거운 마음 달래고자 2022년 4월 20일 작고 한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기행'을 서재에서 꺼내 들었다. '책과 인생'에 2004년 6월에 발표한 ‘탄핵사건 착수금’이 펼쳐졌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04년 3월-5월) 때에 대통령 측 대리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엔 사양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재야 법조 원로(?)도 대국민 구색 갖추기로 쓸모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마침내 수락을 했다는 것. 그런데 선배 한 분이 ‘한 변호사는 약자를 대변해 왔기 때문에 인권변호사라고 해서 존경하는데,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은 인권변호사 이미지에 맞지 않으니 재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신문에서는 액수 문제에 접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초호와 대리인단의 면면으로 보아 일반 형사사건을 맡았다면 총 수임료 액수가 최소 수십억에 달했음직한 명망가들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재산이 공직자 재산 등록 때 6억 5천만 원으로 신고된 점을 감안하여 변호사 1인당 일백만 원 미만이 적당하다는 셈법도 제시되었다는 것. 그런데 그 기사가 나오기 전 날 변호사 대리인들 계좌에 500만 원씩의 착수금이 입금되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소송 변호사 비용으로 1천1백만 달려, 즉 130여 억 원을 부담하고 그 빚을 갚지 못해 허덕였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과 제도는 생각이 만든다. 우리의 삶을 채우는 물건과 제도도 독립적(창의)으로 생각(사유)한 결과이다. 명절이면 덕담도 하면서 ‘네 꿈이 뭐냐?’ 라고 묻기도 한다. 2월에는 입춘과 대보름이 있어 새해 설계에 따른 설렘이 가시지 않는 때이다. 침대에서의 꿈이라기보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선택한 꿈은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어디로 건너가고 성취하고자 하는 독촉 같은 것이다. 건전한 생각은 자신에게서 솟아나는 것,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궁금하게 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내가 타고난 능력은 무엇인가?’ 등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도 꿈꾸는 법을 배우고 싶다. 잘 노는 법도 공부하고 싶다. 내 인생 나이테에 걸맞게 꿈꾸는 법(道)을 배우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잘 노는 문화도 겸손하게 몸으로 익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