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김하늘 양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하늘이법’ 입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국민이 크게 늘고 있는 시점에 대응 수단을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회의 전반적인 병증에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직무수행이 어려운 교원에는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명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은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강화 방안과 학교 안전대책으로 교원 임용 시와 재직기간에 정신건강 관련 검사를 받는 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교사들은 임용 시 인·적성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검진을 받고 교직 생활 중에도 주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법안이 ‘걸러내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낙인효과’로 자신의 정신질환을 숨기거나 적절한 처방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심리검사는 설문지 작성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거짓 답변 등으로 검사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교원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지만, 성급한 입법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감, 스트레스,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의 비율은 2022년 63.8%에서 지난해 73.6%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비율은 73%에 달했다. 한국 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신질환을 아예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는 교사들에게 낙인을 찍어 걸러내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법안이 적용된다면 실효성 감소와 함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별 직종에 대한 입법이 아닌 학교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화영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해자의 직업에만 초점을 맞춰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배제 등 불이익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치료가 힘들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전진용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수검사가 자칫 편견을 강화하고 치료받아야 할 증상을 숨기게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하늘이법’보다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르르 달려들어서 ‘특별법’이네 뭐네 하면서 졸속 입법 하나 해놓고서 곧바로 잊어버리는 정치·행정 행태는 우리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구태다.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교사의 문제로 국한해서 들여다보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대처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이웃에 즐비한 사회로 가고 있는데, 당장 벌어진 일만 수습하고 땜질하기에 급급하기만 한 국가사회는 절대로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종합적인 예방책을 찾아내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강행될 경우, 문제 해결이 아닌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덧낼 수도 있다. 정신병적 사회 문제에 관한 접근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조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