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또 터진 전세사기…못 막나, 안 막나

2025.02.25 06:00:00 13면

20~30대 대상 70억 규모, 강력한 근절·예방책 찾아야

또 터졌다. 시대적 비극인 대형 전세사기 사건을 막겠다고 내놓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요란한 대책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수원시 일대에서 또 7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불거졌다. 변명의 여지 없이,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실효성이 확실히 담보된 예방책을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몰아넣는 전세사기 범죄에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려다닐 작정인가.


수원시 일대에서 또 70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1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잃고 개인회생을 준비하는 등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6일 한 인테리어 업자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과 인계동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가 소유한 우만동 원룸 건물에는 총 27세대, 인계동 투룸 건물 2채에는 총 3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입주민 모두 1억 원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지불한 만큼 총피해 금액은 약 78억 원에 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들이다. 피해자들의 하소연은 하나같이 눈물겹다.


입주민들은 피의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지난해 중순쯤 돌연 잠적했다고 설명했다. 집을 찾아갔으나 아무도 없었고, 우편함에는 관리비가 오랜 기간 미납됐다는 등의 독촉장이 다수 꽂혀있었다고 전했다. 우만동 원룸에 거주한 또 다른 피해자는 “전세사기를 당하면서 피의자의 행방을 쫒기 위해 결혼식을 미뤄야 했다”며 “빚을 지며 전세보증금을 구했지만, 이 모두 잃게 되면서 현재 개인회생을 준비 중”이라고 호소했다.


팔달구 투룸에 거주하는 다른 피해자는 “입주자들과 함께 시내 한 주택에서 가까스로 발견한 ‘진행 중인 공사 대금이 들어오면 전세보증금을 꼭 돌려주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했으나 현재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결국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며 “입주민 모두 어린 나이에 억대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그동안 전세사기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소리만 요란했지, 막상 시장에서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기꾼들의 범의(犯意)를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제일 한심한 것은 이미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사태의 진상 파악부터 제대로 하고 있는지다. 한 사람이 수십~수백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데 그 현상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일조차도 왜 이리 실행이 더딘지를 알 길이 없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이나 제도 마련에 공을 들이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2023년 말까지 국토교통부에서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만 2만 5578명에 이른다. 작년 9월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접수된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의 합계는 전국적으로 13조7907억원, 경기도에서만 4조2284억원(30.7%)에 이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 진행 중인 것이다. 


경기도가 27일 수원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경기 안전전세 프로젝트 ‘부동산 컨퍼런스 2025’를 주목한다. 전세사기 예방 및 안전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신기술을 공유하고,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는데 부디 속 시원한 해법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전세사기는 세상을 향해 비상하려는 젊은이들의 발목을 무참히 낚아채는 흉악한 올무다. 그 덫을 제거하는 일은 온전히 중앙·지방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논의 중인 ‘주택 소유 제한’, ‘전세사기 피의자 가중처벌’ 규정부터 과감히 진전시켜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미 범행 중이거나 잠재된 전세사기 시한폭탄들을 찾아내어 신속히 제거하는 일이다. 애꿎게 희생당하고 있는 청춘들의 비명이 이만큼 계속됐으면 이제는 속 시원한 해법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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