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사고가 또 터졌다.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다.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개가 떨어져 내렸다. 공사현장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0명도 52m 아래로 추락했다. 4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중·경상을 당했다.(관련기사:경기신문 26일자 1면, ‘고속도로 다리 통째로 우르르…사상자 10명 발생’)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부상자들의 쾌유도 기원한다.
현장을 지나가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현장 모습을 보면 흡사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름이 돋는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참사 때의 처참한 기억도 소환된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당시의 처참했던 공사장 상황을 보도했다.(경기신문 25일자 인터넷판, ‘아수라장 된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 ‘사고 현장은 시멘트와 철근 등 붕괴된 상판 잔해로 아수라장이 됐다. 교각 위에는 작업자 안전을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가 무너진 상판과 충돌해 휘어 있었으며, 상판을 설치하는 데 사용된 런처 장비도 휜 채로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들의 놀란 심정을 전했다. “아내와 외출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쿵’ 하는 굉음이 들렸다. 급히 나가 보니 어제까지 멀쩡했던 다리가 사라져 있었다”며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려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도 “땅이 울리고 흰 먼지가 자욱했다. 매일 아침부터 작업자들이 나와 일하던 곳이라 피해가 클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대응2단계를 발령했다가 곧바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격상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해당 재난지역 지방정부의 소방력 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재난현장에 동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충남소방재난본부는 물론 전국의 119특수구조대, 119화학구조센터 대원과 장비 등이 동원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7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작업 중지 명령과 함께 박상우 장관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수립하고 2차관,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을 현장에 급파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도 긴급구호활동을 전개했다. 구호차량과 직원, 봉사원을 급파해 지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고소식을 듣자마자 예정된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에 도착,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며 빠른 시간 내에 구조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작업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안전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역시 앞서 예정된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고속도로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가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상황이 잘 수습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가 교각 위에 교량 상판을 올려놓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섣불리 원인을 논할 수 없다. 현장 감식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 따라서 경찰의 치밀한 수사와 함께 시공사인 현대 엔지니어링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처참한 사고 현장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안전불감증’이다. 아직도 건설 현장을 비롯, 이 나라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의 말처럼 “대형 사회기반시설 건설 과정에서의 안전관리 부실과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의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에도 적극 공감한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만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