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주 4.5일제

2025.03.19 06:00:00 3면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주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정함에 따라 주5일제가 정착된지 20년이 되었다. 하지만 초과근로 가능시간인 주12시간을 합치면 주5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22년 근로시간은 연평균 1,719시간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185시간이나 더 많다. OECD 국가보다 한달에 15시간 이상 더 많이 일하는 셈이다.

 

작업장에서 오래 일하면 소음, 분진,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근로시간과 업무관련 건강문제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4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경우 40.4%에서 업무관련 건강문제가 나타났는데 41~52시간 근무하는 경우는 48.3%, 53시간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55.6%로 업무관련 건강문제 발생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 중에서도 피로, 통증 등의 건강문제가 2.13배이상 높게 나타나 장시간 근로가 피로유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신체적 피로가 높아지면, 수면의 질도 저하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증가하여 산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로시간이 52시간 이상인 경우 52시간미만인 경우보다 산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2.29배 더 높게 나타난 연구결과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작업시작 후 8시간이 넘으면 실수가 증가하고, 9시간째에 사고율이 높아졌다는 실험연구를 소개한바 있다. 반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휴식시간이 증가하고, 피로가 감소되어 산재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김우영과 정혜선(2008)의 연구에 의하면 월평균 근로시간이 2시간 감소하면 산재율이 3.7%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 산재 감소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장시간 근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전후휴가를 받은 1,000명의 여성근로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 중 근로시간이 주44시간미만인 경우에 비해 52시간이상인 경우 자연유산을 경험할 확률이 2.13배 높았고, 사산을 경험할 확률이 1.70배 높았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 중 특히 심각한 것은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높아지면 이는 곧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경기도에서는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진적인 제도의 시행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능력이 향상되어 기업의 성과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리적 시간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높인다는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건강보장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것이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주4일제 시행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감소시키고 여가시간을 늘려 근로자 만족도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억하며, 경기도의 시범사업이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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