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기각결정을 선고한 가운데 결정문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국정혼란에 대비해 한 총리를 복귀시킨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불안해진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안을 가결하더라도 한 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면 최 부총리도 복귀시킬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뒀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 총리는 24일 헌재 탄핵심판 기각 선고를 받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 정지된 지 87일 만, 변론 1회 만이다.
당시 한 총리 탄핵소추안에는 12·3 계엄 사태 방조, 헌법재판관 불임명 등 사유가 담겼는데 이날 헌재는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비상계엄 선포·내란행위 ▲공동 국정운영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관련 행위는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사유들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는 위헌·위법 행위이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탄핵소추안에 적힌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가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한 총리의 불임명으로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된 점을 이런 해석의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 우선 심판’ 원칙을 깬 이날 선고가 기각 결정되자 여당은 환영하고 야당은 유감을 드러내는 한편 헌재는 조기대선 국면 국정혼란에 대비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내에선 이날 기각 결정에 윤 대통령 탄핵도 기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이르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뒤 24~72시간 이내 표결할 전망이다.
이날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가 파면 사유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최 부총리가 2명을 임명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됐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면 최 부총리가 탄핵심판대에 서게 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 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최 부총리 탄핵안 역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최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이어가게 된다.
실제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을 보면 헌재는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파면 결정은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 등 중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적시했다.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분명 잘못이지만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는 28일로 관측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면 이날 한 총리가 복귀하지 않더라도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 총리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사유들이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되긴 했지만 ‘내란 보조자’인 한 총리에게 책임이 없다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주동자와 보조자 역할로 봤을 때 한 총리 탄핵안 기각은 윤 대통령 탄핵안 기각에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12·3 계엄 사태 관련 사유들이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가 ‘증거 불충분’인 점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국정혼란을 막을 한 총리의 복귀 시나리오 재료가 됐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19일 90분에 걸친 단 한 차례의 변론으로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했다.
당시 국회 측은 증거 확보 및 제출을 위해 변론기일을 더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헌재는 수사기관의 회신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국회 측 요청을 기각했다.
12·3 계엄 사태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한 총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증거가 충분하다면 탄핵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