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스 생활] 내란혐의 재판이 공개될 이유

2025.04.16 06:00:00 13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행위가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침탈한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지난 14일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지 열흘 만이다. 하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언론사들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4일 ‘법정 촬영 불허…윤석열에 유독 관대한 재판부’ 보도에서 재판부가 재판 촬영이나 중계를 놓고 소극적인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동의가 없더라도 촬영 허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촬영을 허가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석에 앉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이다.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과 이듬해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 사건 재판은 취재진의 촬영이 허가됐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내란죄 재판 때도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해 1분30초간 촬영을 허용했다.

 

법원은 대통령 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차량을 이용한 지하주차장 출입도 허용했다. 경향신문은 11일 ‘법원, 윤석열 재판 때 지하주차장 출입 허용…전례 없는 특혜 비판 불가피’ 보도에서 형사재판 피고인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법정을 출석하도록 법원이 허용하는 일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며 특혜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재판 촬영 불허를 둘러싼 특혜 논란을 의식한 듯 나중에 언론사의 촬영 신청이 있을 시 “피고인의 의견을 물어 법정 촬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촬영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대통령도 공개하도록 결정했는데 절차 탓, 경호 탓은 아니지 않나. 이 재판부는 지난달에 구속 일수를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서 80분 넘게 ‘나 홀로 주장’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헌재가 경고성이나 호소용 계엄은 있을 수 없다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행위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불복한 주장을 펼쳤다는 지적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 기일은 21일, 28일, 다음달 8일 등 매주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다른 주요 재판처럼 공판을 2주에 3회 이상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재판 생중계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사법부의 신뢰 회복 차원과도 연관이 있다.

 

대통령이 결단해서 계엄이 풀린 게 아니라 시민이 나서서 막아냈다. 이번 재판이 국민에게 공개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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