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틀째인 5일 김용태(포천가평)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며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대선 후보등록을 앞두고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무리하게 교체하려 하다 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뒤 물러나지 않고 대선을 치뤘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에 이어 임이자·최형두·최보윤 비상대책위원과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이날 사의를 밝혔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동반 사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장은 ‘고민해보겠다’며 일단 거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해서 의원들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사의를 표명한 적 없다”고 밝혔다.

친한계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를 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확정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이 바로 물러나면 권 원내대표가 후임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위원장 대행을 하고 후임 비대위원장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친한계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 “권성동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찾아가 동반사퇴를 요구했다 한다. 얼핏보면 대단한 살신성인인것 같다”며 “그런데 이건 사기극에 가깝다. 왜냐하면 김용태가 사퇴하면 후임 비대위원장을 권성동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전날 SNS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몰락에 책임이 있는 분들도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다. 이 난리통에도 잘못을 고백하는 실세가 하나 없다는 건 정말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의총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김 비대위원장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선거운동 초반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를 향한 비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