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4조 연체 빚 탕감 추진…"성실 상환자 역차별" 논란

2025.06.23 09:43:25 5면

5000만 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 113만 명 대상
세금으로 개인 빚 탕감...정책이 시장 질서 흔들어

 

정부가 5000만 원 이하 장기 연체 채무자 약 113만 명에게 빚을 감면해주는 대규모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최대 90% 원금 탕감까지 가능해, 지원 규모는 총 16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와 자영업 부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취약층의 재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세금으로 개인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이 시장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장기 연체자 구제…자영업자·저소득층 중심

 

이번 조치의 핵심은 중위소득 60% 이하 취약계층 중 장기 연체자에 대한 빚 감면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함께 가동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을 활용할 경우 연체 원금의 최대 90%, 일반 채무조정은 최대 80%까지 탕감이 가능하다. 지원 대상은 2024년 기준 113만 명, 총 채무액 16조 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중 저신용·저소득층은 2022년 말 178만 명에서 2024년 1분기 188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42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7.8% 늘었고, 연체율은 11.16%에 달했다.


◇ 형평성 논란 확산…“빚 갚은 사람만 바보냐”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성실 상환자들 사이에서는 강한 반발 여론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정책”, “갚은 사람이 손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40대 직장인은 “매달 생활비를 줄여가며 빚을 갚아왔는데 연체자에게 혜택을 주면 성실한 사람은 뭐가 되냐”며 “이런 정책은 노력한 사람을 역차별하는 셈”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형평성 논란을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 목적은 이해하지만 ‘상환 유인이 사라진 사회’는 건전한 금융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철저한 심사·사후관리로 도덕적 해이 방지”

 

정부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탕감이 아닌 파산에 가까운 극단적 상황에 처한 장기 연체자를 위한 제한적 구제”라고 강조한다. 심사 기준을 엄격히 하고, 재연체 방지 장치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 연체자의 상당수는 사업 실패나 질병,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 등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경우”라며 “이들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구제보다 예방 중요…성실 상환 인센티브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채무조정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 개선과 성실 상환자에 대한 보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정책 연구자는 “성실하게 갚은 사람에게도 신용 우대나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형평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일회성 구제에 그치지 않도록 근본 원인 해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 전문가는 “자영업 과잉 경쟁, 고금리 대출 구조, 신용 사각지대 문제 등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연체는 반복된다”며 “사후관리, 금융 교육, 실패 대응 시스템까지 포함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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