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특집 中, 살려는 사람들] 폭염과 폭우 속....“그늘도, 집도, 기댈 곳도 없다”

2025.07.28 12:18:50

노숙인, 무더위 속 거리 쫓겨다녀…폭우에 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막막”
“쉼터는 불편, 민원은 부담…살기보다 견디는 날의 연속”

 

누군가는 사람을 구하러 뛰고, 또 누군가는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버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폭우 속 거리의 노숙인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기 위해’ 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오늘을 잘 넘길 수 있는 그늘’이다.

 

기온이 35도를 넘긴 오후, 수원역환승센터 앞에는 바닥에서 열기가 치솟았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로 모였고, 그 옆 벤치에는 낡은 가방을 베고 누운 노숙인들이 보였다. 손에는 얼음이 녹은 생수병, 몸 위에는 땀이 쉼 없이 흘렀다.

 

“낮에는 햇볕 피하려고 계속 돌아다녀요. 다리 밑 그늘에서 자는데, 밤에도 더워서 잠을 못 자요”

 

쉼터에 가지 않는 이유를 묻자 또 다른 노숙인은 “시설은 다툼도 있고, 불편해서 안 가는 사람이 많아요”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더 편하고 조용해요. 청소도 내가 해요. 민원 들어가면 쫓겨나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벤치 옆에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꺼내 보여줬다.


“나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그냥, 조용히 있으면 돼요”

 

좁은 텐트 안은 찜질방처럼 달아올랐다. 응결된 물방울이 맺힌 생수병 옆에서 무릎을 구부린 채 누워 있던 노숙인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여름은… 안 보였으면 좋겠어요. 너무 지쳐서”

 

 

한편, 가평군 조종면 일대는 집중호우로 집과 상점이 붕괴되며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지난 20일 내린 폭우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십이탄천 인근 편의점 건물이 하천으로 떨어졌고, 당시 2층에서 거주하던 점주는 소방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편의점도, 집도 다 무너졌어요. 기둥 몇 개만 남았고, 장사도 생활도 이제 못 해요. 보상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식당을 운영하던 주민은 “여름철 피서객이 몰리는 성수기인데, 이번 비로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며 “올해뿐 아니라 내년 장사도 장담 못 한다. 막막하다”고 전했다.

 

조종면의 이재민은 약 40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낮에는 무너진 집을 치우고, 밤에는 마을회관이나 임시 시설에서 눈을 붙인다. 한 주민은 “잠옷 바람으로 탈출해서 지금은 커튼도 없는 회관에서 자고 있다”며 “지원 없이는 못 산다. 하루하루가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이 역대급 폭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거리의 체감온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고, 주거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은 실질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늘에서 여유를 누리고, 누군가는 그늘 하나 없이 생명을 잃을 위기를 넘긴다. 그 차이는 단지 운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장진 기자 gigajin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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