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보다 뜨거웠던 과천 아파트 시장이 불과 보름 만에 급랭했다. 올 상반기 내내 치솟던 과천 집값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행되자마자 거래가 급감하며 ‘거래 절벽’에 빠졌다. 최근 3개월간 전국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과천이 순식간에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출 규제가 시행된 6월 27일 이후 현재까지 과천 원도심 아파트의 실거래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29일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가 20억 8500만 원(8층)에, 이달 2일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114㎡가 27억 원(13층)에 각각 거래된 것이 전부다.
직전인 5월과 6월에는 각각 12건, 13건의 매매가 이뤄졌던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천시 중앙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규제 발표 이후로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과천 전역에서 하루 거래가 ‘0건’인 날도 있다”며 “문의도 뚝 끊겼다”고 했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월 141건 ▲3월 151건 ▲4월 57건 ▲5월 121건 ▲6월 118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3~4건의 매매가 이뤄졌던 과천이지만, 7월 들어 그 흐름이 사실상 멈춘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기 단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천위버필드 전용 59㎡는 지난달 30일 23억 원(15층)에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8일 취소됐다. 실수요자들이 매수 결정을 유보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직방에 따르면, 대출 규제 시행 직후 2주간(6월 27일~7월 10일) 서울 지역 아파트 최고가 거래량은 직전 2주 대비 74% 이상 줄었다. 과천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과천은 그동안 강남과의 뛰어난 접근성, 지식정보타운 등 개발 호재에 힘입어 ‘신축 선호 지역’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1980년대 조성된 주공 12개 단지 중 7곳이 이미 재건축돼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했고, 이를 기반으로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수요가 꾸준히 몰렸다.
가격도 무섭게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첫째 주까지 과천 아파트 가격은 누적 기준 9.17%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구(9.0%), 송파구(9.8%)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가 26억 원(13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3개월 전인 3월 같은 평형이 23억 5000만 원(24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기 사이에 2억 5000만 원이 올랐다.
청약 시장도 과열 조짐을 보였다. 과천지식정보타운 S7블록 신혼희망타운(과천그랑데브데시앙 전용 55㎡)의 해지 물량 청약에는 한때 2만 명 이상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됐다. 분양가 5억 원 중반대로, 주변 시세와 비교해 10억 원 이상의 차익이 기대되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등세가 더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천은 이미 단기간에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지역으로, 정부 규제가 예고되자 매수자들이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이미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한 만큼, 향후 정부가 실제 지정에 나설 경우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과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에 해당하며, 정부가 제재 수위를 높일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망세를 단기 조정 국면으로 보고 실수요 중심의 거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이 급등과 급냉을 반복해선 건강한 흐름이 이어지기 어렵다”며 “과천 역시 실거래를 통한 가격 안정화 흐름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