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깨어나는 감각, 예술로 이어지는 말들, 윤동주가 사랑한 한글 展

2025.07.21 15:02:50 10면

광복 80주년 기념, 윤동주 시어 기반 현대미술 전시
회화·조각·설치·영상… 장르를 넘나든 시의 확장
오는 8월 24일까지 복합문화공간 111CM서 운영

 

나, 밤, 하늘, 눈…그리고 윤동주. 그의 시어들이 예술로 다시 숨을 쉰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윤동주 시인의 언어를 다시 바라보는 전시가 수원에서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어 20개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시각예술 전시다. 윤동주의 시에서 뽑아낸 언어들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변주되며, 문학과 미술의 감각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든다.

 

이번 전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활성화전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아트그램과 협력해 기획됐다. 윤동주 시인의 124편 시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등장 빈도가 높은 시어 20개를 추출했다.

 

이 시어들은 전시에 참여한 11인의 시각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씨앗이 되어 시가 지닌 울림과 한국어의 서정을 다채로운 형상으로 풀어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조각가 김나리의 작품은 시어 '달'과 '별'을 주제로 윤동주 문학의 인물성과 감성을 담아낸다. '달'을 형상화한 여성 조각은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결을 담고 있으며, 목걸이에 새겨진 '달'이라는 단어는 작가가 떠올린 윤동주의 '순이'라는 인물과 연결된다.

 

또 옆에 전시된 가시면류관을 쓴 남성 조각은 윤동주 자신을 닮은 형상으로 '별'이라는 단어와 함께 시인이 겪은 고뇌를 상징한다.

 

양대원 작가는 '밤', '아이', '집', '책'이라는 시어를 한지에 음각하듯 구성된 회화작품으로 풀어냈다. 단순화된 이미지 속에 인간 군상, 전쟁, 평화, 사랑 등 윤동주 시의 정서가 은근히 녹아들어 있다. 언뜻 단어 같기도 하고 이미지 같기도 한 요소들이 작품 안에서 다양한 해석을 끌어낸다.

 

 

지오최 작가는 회화와 조각을 결합해 '나'와 '사랑한다'를 하나의 정원처럼 구현했다. 자개로 장식된 글자들은 개인적인 기억과 윤동주의 시적 태도를 함께 품고 있으며, 감각과 기억이 어우러지는 조형언어를 통해 관객의 내면을 자극한다.

 

황선태 작가는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기반으로 한 설치작품 '빛이 된 글자들'을 선보인다. 윤동주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제작된 이 작품은, 시인의 손글씨를 빛으로 재현하며 일제강점기 억압받았던 한국어의 숨결을 다시 비춘다. 빛으로 구현된 시어는 언어의 온기와 무게를 관객 앞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외에도 영상, 설치,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윤동주의 시와 언어를 각기 다른 감각으로 확장해 보여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윤동주의 삶과 시어를 직접 경험해보는 참여형 체험이 마련됐다. 필름 위에 시적 상상력을 그려보는 프로그램부터 3D펜으로 드로잉 키링 만들기, 윤동주의 시를 따라 쓰는 필사 카드 등 문학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준비돼 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운영되며, 자세한 정보는 111CM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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