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당신이 사는 도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2025.08.12 16:25:13 10면

다층적으로 숨겨진 감정과 내면 탐구하는 참여형 교육전시
회화, 설치, 조각 등 총 20점 작품...도시 환경 새로운 시선으로 관찰

 

좁은 골목길, 회색빛 아파트, 일주일에 한 번씩 높아졌다 사라지는 재활용 수거장의 풍경 속에도 도시는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면 익숙했던 일상의 장면들이 마치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온 듯 낯선 표정으로 다가온다. '모두의 인쌩쌩쌩: 2부 도시와 아이'는 평범해 보이는 도시를 비틀어 그 속에 숨어 있던 표정과 기억, 우리가 스쳐 지나친 외면을 드러내게 만든다.

 

전시는 도시의 ‘외면’과 ‘내면’을 오가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입구에서는 김지은 작가의 작업이 도시의 외면를 펼쳐 보이고 이어 김참새 작가의 연작이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작품 설명과 함께 붙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의 속도가 느려지고, 시선은 외면에서 내면으로 스며든다.

 

 

김지은 작가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 골목길, 재활용 수거장 등 도시의 평범한 외면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단순히 도시 풍경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개발과 재개발 속에서 만들어지는 폐기물, 가려진 공사장의 이면, 일상 속 사물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포착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시선을 작품에 스며들게 했다.

 

‘아파트 컬러–트렌드 vs 르 코르뷔지에’는 재활용된 패널을 창문처럼 조립한 설치 작업이다. 한쪽은 요즘 한국 아파트 외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을, 다른 한쪽은 르 코르뷔지에가 초기 아파트에 사용했던 색을 담았다. 관람자의 이동에 따라 색면의 크기가 변하며 오늘날 납작해진 도시의 표면과 과거 아파트의 색채 대비가 드러난다.

 

 

또 다른 작품인 ‘화성 풍경–이루세요 내집 마련의 꿈’은 장난감 블록처럼 계획된 신도시 개발 현장을 포착해 설계자의 시선으로 구성된 도시의 인공성을 드러냈고, ‘재활용 수거일’은 아파트 경비실 앞 재활용품이 장성처럼 쌓였다 사라지는 풍경을 화성(火星) 배경과 결합해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을 나타냈다.

 

 

김참새 작가는 도시의 내면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포착한다. ’No war’, ‘It’s all good’, ‘Girl1’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른의 옷과 힐을 신고 있지만 손에는 장난감 물총을 들고 있거나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겉보기엔 화려하고 당당해 보이지만 눈가에는 얇은 눈물이 번져 있다. 

 

“죽는 날까지 가면을 벗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출발 한 작품들에는 환한 표정과 굳은 시선이 공존해 표면과 내면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번 신작인 ‘너는 새가 아니야’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개구리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 거북의 대화를 그린다. 김참새 작가는 어릴 적 친숙했던 이솝우화를 이용해 그 안에 담긴 교훈을 현대적으로 바꿔 인간 사회의 관계와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왜 동물들이 인간의 모순과 허물을 대신 짊어져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솝우화 시리즈 전반에는 ’도시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흔들리고 휩쓸리며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녹아 있다.

 

작품 속 거북은 개구리에게 하늘 대신 땅과 물에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개구리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멀리 가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전시장은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도시 관찰 일지’ 활동지를 통해 질문에 답하고 생각과 그림을 기록하며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구성됐다. 또 상시교육 공간에서는 ‘도시의 하루’ 활동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모두의 인쌩쌩쌩: 2부 도시와 아이'는 11월 30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린다.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립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류초원 기자 chow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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