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가 눈치를 보며 도시락을 먹는 등 힘겨운 생활을 이어온 가운데, 그 옆자리를 함께 지키는 학생들이 있다. 용인 단국대학교의 '새벽'과 수원 아주대학교의 '가로등'은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노학연대다.
혐오로 얼룩진 사회에서 연대의 길을 선택한 두 노학연대의 생각을 경기신문이 직접 들어봤다.
◇ 청소노동자들의 확성기, 노학연대
학생들은 강의가 끝나면 과실이 아닌 미화 휴게실로 발을 향한다.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불편한 점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이 "학생들이 변기에 음식물을 버린다"며 불만을 말하면, 학생들은 즉각 쓰레기 처리 안내문을 붙여 문제를 해결한다. 불편사항을 정리해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 시위에 동참해 함께 피켓을 들고 소리친다. 학교를 떠나는 노동자를 위해 퇴임식을 주최하기도 한다. 활동 초기에는 청소노동자들의 경계 섞인 눈빛을 마주해야 했지만, 어느새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함께 식사도 하며 마음을 나누는 동반자가 됐다.
이들의 목소리는 실제로 현장을 바꾸고 있다. 노동자와 학생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학교가 휴게실을 조사하고 수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국대 청소노동자 A씨는 "노조가 만들어질 때 학생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학생들이 없었으면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림자 취급당하는 청소노동자…"가만히 있을 수 없다"
청소노동자 문제를 두고 학생들은 '없는 사람 취급'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 교수, 교직원과 똑같은 학교 구성원인데도 마치 그림자처럼 은밀한 존재로 여겨 차별한다는 것이다.
정하늘 새벽 대표는 "병에 음료수가 남았는데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는 치우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 나오는 행동"이라며 "식대·휴게실 문제도 결국 학교가 이들을 없는 사람 치고 대충 적당한 선에서 해치워버리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분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하는데, 이들의 존재가 사회에서 지워졌기 때문에 점점 마음이 위축되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대학과 용역업체도 이들을 망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해도 용역업체는 돈이 부족하다며 외면하고, 학교는 용역업체와 해결하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홍성호 가로등 대표는 "용역업체가 어떤 짓을 저지르든 학교는 '내 알 바가 아니다'라며 벽을 친다"며 "이 문제가 반복된다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 대부분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노조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노동자들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을'의 입장"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 "우리도 언젠가 노동자가 될 거니까요"
이들이 연대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우리도 언젠가 노동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처음부터 청소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지만, 암담한 처우를 직접 목격한 뒤로는 미래에 본인이 처할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천윤희 가로등 부원은 "지난해 청소노동자분들이 시위하는데 학생들이 그 모습을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지나치고 있더라.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학연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하늘 새벽 대표는 "언젠가 노동자가 될 사람과 이미 노동자인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미래의 노동환경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 "더 넓은 연대로 나아갈 것" 학생들의 계획
'새벽'의 이름은 이른 새벽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청소노동자를 기억하겠다는 의미이며, '가로등'의 이름은 '가리워진 노동을 비추는 등불'의 줄임말이다. 이미 사회에서 잊혀져버린 청소노동자를 기억하고, 더 나은 일터를 위해 끝까지 동행하겠다는 의지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자 문제에도 발을 뻗을 생각이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개선을 요구하고, 성 소수자 동아리와 연합행사를 개최하는 등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더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홍성호 가로등 대표는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도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어둠 속을 홀로 걷는 청소노동자들의 등불'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은 오늘도 휴게실의 문을 두드린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