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은(殷)나라 주왕의 애첩 달기(妲己)는 고대 중국의 절세요부(絶世妖婦)다. 미색과 방중술을 무기 삼아 권력을 잡았다. 3000여년 전,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은 이 젊은 후궁과 죽이 제대로 맞았다. 그들은 '인류사에 정치의 악마성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을 타고난 것처럼 잔혹한 폭정의 메뉴들을 창안하고 실행하였다. 중구난방의 세상을 단숨에 침묵시켰다.
바른 말 하는 충신들은 벌겋게 달궈진 구리판 위에 살갗을 벗긴 채 눕혀 태워죽였다. 숨이 끊어 지기 전에 기름을 부어 고통지수를 100배 높여놓고 그 광경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소위 포락지형(炮烙之刑)이다.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이 여자를 씹은 게 들통나면 혀를 잘랐다. 배부른 여인의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맞추는 놀이도 즐겼다. 당연히 잉부(孕婦)의 배를 갈랐다. 요즘의 식자들도 종종 쓰는 주지육림(酒池肉林)도 달기의 창작이었다.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그 안에 곡주를 가득 채운 다음, 남녀 구분 없이 밀어 넣었다. 못 옆 숲의 나무에 고기들을 매달아 놓고, 입으로 따먹는 게 규칙이었다. 어기면 손목을 잘랐다. 저항하면 목을 베어 술통에 넣었다.
국운이 다할 때, 그 왕조의 권력은 이처럼 악동들의 장난감이 되어 그 나라에 속한 백성의 인생과 그들이 함께 꾸려가는 세상이 지옥 그 자체임을 가르쳐준다. 달기는 장장 30년을 그렇게 미쳐 날뛰었다. 끝내 온몸이 찢겼다. 한 떼의 까마귀들이 포식했다. 은나라를 붕괴시킨 주(周)왕조가 직전 권력을 악마화하여 자신의 정통성을 높이려고 달기를 악마화했다는 비평도 있다. 문학과 예술의 전성기였던 당나라 때는 문인들이 달기의 역사를 창작활동의 재료로 활용했다. 그로써 그 포악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자는 주왕의 정치를 비판했고, 사마천의 ‘사기’는 악녀 달기가 은나라 멸망의 원인이라고 기록했다.

21세기 오늘, 우리는 달기의 대한민국 버전을 매일 매시 목도하고 있다. 김건희의 비리와 악행의 목록은 기나길다. 사악하고 잔학하다. 진실은 1도 없다. 만 가지 거짓의 집적체다. 비열하다. 낮은 자존감을 명품으로 가린다. 그저 천박하다. 고개 숙일 때마다 취하는 표정과 목청과 자세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총체적으로 5류 연기자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욕감을 느낀다. 그 때마다 참담하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권위지를 꼽으라면, 교양인들은 발행부수가 겨우 50만부 정도인 프랑스의 ‘르몽 드'라고 답한다. 이 신문은 지난 2022년 3월 10일,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배우자 김건희가 각종 추문들, 특히 뇌물수수, 주가조작, 무속의존과 학생 때 ‘창녀’(call girl)로 일했다는 소문에 계속해서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내언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나. 3000년이 지나도 정치의 악마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건희가 그 증거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주권자를 배신하는 산업이다. 나쁜 정치와 사악한 정상배들은 국회나 감사원, 사법기관 따위들이 고르거나 손보거나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해 12.3 내란 전후, 이 나라 씨알들이 온 세상에 보여준 '빛의 혁명', 바로 그 평화와 정의의 애국세력의 몫이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그 시민들이 세운 종복(從僕), 즉 머슴들일 뿐이다. 취임 100일이다. 기대 크다. 우려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