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소환했다.
18일 특검팀은 이날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정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조사를 통해 정 전 실장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는지, 이후 관련 증거 폐기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정 전 실장이 특검팀에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선포 전 국무위원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에 신원식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던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은 계엄 이후 관련 증거를 없애고자 대통령실 공용 PC에 저장된 기록 및 공용 서류를 일괄 폐기 또는 파쇄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도 당한 상태다.
◇ 계엄 염두 군 인사 이뤄졌나…박안수 전 총장 소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오전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군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조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형 초대 드론작전사령관의 경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교체됐는데, 후임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이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을 통해 준장과 소장 계급을 달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전 총장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결심지원실에 머물렀던 인물이기도 하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정 전 실장과 박 전 총장) 둘 다 결심지원실에 대한 조사는 아니다"라면서 "각각 다른 사건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19일 소환을 통보했지만, 김 전 장관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방문 조사를 요청했다.
박 특검보는 "건강상 문제와 재판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다"며 "추후 조사 일정을 협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박선원 의원 참고인 소환
이날 특검팀은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 외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오전 11시쯤 특검팀에 출석한 박 의원은 "지난 조사는 외환 유치 관련이었고 오늘은 정보기관과 관련한 추가 조사가 있을 것으로 안다"며 "어떤 질문, 어떤 내용이건 알고 있는 모든 상황을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이날 특검팀에 원천희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을 계엄 가담 등과 관련한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그는 "원 본부장은 작년 12월 2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과 만나 북한이 무인기 작전으로 인해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공방어체계 관련 논의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문형배 "尹 구속취소 결정 항고해야"…특검팀 "실익 없어"
특검팀은 지난 3월 지귀연 부장판사가 당시 구속 상태였던 윤 전 대통령을 구속취소 한 것에 항고한다 해도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본인의 SNS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은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며 "이제라도 보통항고를 해 상급심에서 시정 여부를 검토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보통항고 대상이 되더라도 형사소송법상 항고는 실익이 있어야만 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구속이 돼 있어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속취소 처분은 검찰에서 공소 유지를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다른 기관인 특검이 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즉시항고 대상이 되는 처분의 경우에는 항고기간 도과 이후 보통항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이 다수설로 알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에는 법에 즉시항고 대상이 되는 결정은 보통항고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있다"고 설명했다.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나 결정에 대해 항고기간 도과 이후 항고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는 취지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