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농단’의 언어산책-니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이 내 것이면, 그게 경제냐

2025.09.22 06:00:00 13면

 

적적(寂寂), 크게 고요하다. 성성(惺惺), 별(星 성)처럼 마음(心,忄 심) 또렷하다. 눈 감고 마음 열면 비로소 보이나니, 마음(나) 아닌 폰만 보다가 또렷한 저 고요의 심상(心象)을 놓쳤을까?

 

혼용무도(昏庸無道), 몰상식이 본디를 가장해 사람을, 세상을 모독했다고 꾸짖었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군주(君主 왕)를 일컫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합쳐 만든 ‘혼용’과 천하(세상)의 도리(道理 이치)가 망가졌다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를 섞었다.

 

철학자 이승환 교수가 2015년 말의 상황에 썼던 이 말은 그 무도함에 흔들린 국내외의 상황을 다시 보게 한다. ‘국정농단’이란 말, 최순실 박근혜 이름 지우면 다시 안 볼 줄 알았다.

 

김건희 여사님이 남편과 함께 세상 쥐락펴락한 여러 상황들을 언론을 통해 보며, 홀로 있을 때도 마음 삼간다는 신독(愼獨)의 뜻 떠올린다. 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는 거다.

 

그 경지가 혼용무도의 흐리멍텅 사그라진 寂寂惺惺일 터다. 신독이나 적적성성을 잊지 말아야 하는 까닭을 늘 새기자.

 

국정(國政)의 ‘농단’은, 흔히 여기듯 ‘농락’이 아니다.

 

모욕감에 치를 떤다. ‘국민의 것’이어서 ‘내 것’일 대한 국민의 주권을 ‘비선실세’와 주변 패륜(悖倫)의 똠방 패거리들이 독차지한 농단의 상황이 꺼풀을 벗을 때마다 충격 새롭다. 시위에 나선 청소년들까지, 분통 터지지 않는 이가 있을까?

 

당시 썼던 글. 농락(籠絡)은 사람(들) 사이의 일, 농단(隴斷)은 세상 모두를 제 것으로 삼아 가로채는 것이란 차이를 언급했다. 농단은 농락이 아니다. 기호로는 ‘농단>농락’의 부등식(不等式)이겠다. 지금 보니 저 때(2015년)의 ‘농단’은 기껏 ‘농락’의 수준 아니었을까?

 

농단의 농(隴)은 높은 언덕이다. 필시 고사(故事)가 있겠다. ‘그 농단’이 ‘이 농단(독차지)’이 된 이유다. 오래 중국과 역사를 공유해온 우리에게 이런 모양새는 한국어 말무더기(어휘)에 무성(茂盛)하다. 고사성어도 그 하나다.

 

‘맹자(孟子)’ 책 공손추(公孫丑) 장(章 챕터)에서 맹자가 했다는 저 말, ‘시장(市場)’의 옛 뜻, 어쩌면 자본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강의 같기도 하다. 세금(稅金)의 유래이기도 하구먼.

 

공자(孔子)를 이은 B.C. 3세기쯤의 인물이니, ‘경제’에 대한 개념(규정)은 좀 설지만, 칼 마르크스(1818~1883)의 ‘자본론’과도 비교해 볼 일이다.

 

“시장은, 자기 것을 남의 것과 바꾸는데 뜻이 있다. 그런데 한 사내가 꼭 농단을 찾아 그 위에서 좌우를 살핀 다음 이익을 독차지했다. 이를 밉게 본 사람들이 그에게 ‘세금’을 물렸다. 장사꾼에게 ‘세금’을 받는 일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 국력이나 패권(霸權·무력)으로 세상 오로지하려는 도무지한 사내와 그의 나라 미국과도 견줄 일이다. ‘니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이 내 것’이란 심보, 부끄럼도 모르는 듯하니, 해적인가 아니면 (상)거지인가. 昏庸의 無道는 국정농단을 넘어 글로벌 신(新) 경제의 원리가 될까.

 

(국정)농단과 그 밭이 되어온 (우리의) 흐리멍텅이 고쳐져야 할 병폐임을 다시 본다. 글쟁이 로서, 부끄럽다. 이제 그러지 말자.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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