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도시’ 남양주, 도시 브랜딩으로 새 지평 열다

2025.10.07 20:09:01

정약용의 개혁정신으로 도시의 새로운 비전 그려

 

조선 후기 실학의 거목이자 민본(民本) 정신의 상징인 다산 정약용. 그의 사상은 20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실사구시(事實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와 개혁 정신으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정약용의 고향 남양주시는 이 정신을 계승해 역사적 인물의 가치를 현대 도시 정체성과 시민의 삶 속으로 되살리고 있다. 문화와 교육, 공간과 정책 전반에서 다산의 이름을 새기는 이 움직임은 남양주가 미래지향적 도시로 도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올해는 그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다산정약용문화제와 새롭게 공개된 동상과 영정, 그리고 도시 전역으로 확산되는 다산 정약용 브랜드사업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남양주시는 정약용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와 브랜드로 발전시키며 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그리고 있다.

 

◇시대와 시민을 잇는 남양주 대표 축제 ‘다산정약용문화제’

18일∼ 19일, 이틀간 조안면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에서

 

다산정약용문화제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념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와 인문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1986년부터 이어져 온 남양주시의 대표 축제다.

 

 

시는 오는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조안면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에서 ‘제39회 다산정약용문화제’를 개최한다.

 

1986년 첫 개최 이후 39회를 맞는 이번 문화제는 2025년 경기대표관광축제로 선정되며 명실상부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슬로건은 ‘시대를 넘어, 다시! 다산’으로, 정약용 선생의 사상과 인문학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되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제 주간에는 ‘정약용이 간다!’ 게릴라 이벤트가 남양주 주요지역에서 펼쳐지고,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약용 로봇경진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본 행사장에서는 정약용 미래공방(3D 프린팅·드론 체험 등), 외국인 유학생이 전통 유생으로 참여하는 여유당 유람단, 전통 다례와 대표 저서 테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한, 정약용 생가인 여유당 전체를 포토존으로 조성해 방문객이 역사와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조안면 지역 주민·지역 청년농업인·강소농 등 11개 농가·단체가 참여하는 ‘여유농 장터’도 운영된다.

 

무대 공연도 다채롭다. 송촌초등학교 학생들의 농악과 합창 공연, 김경필 머니트레이너가 선보이는 ‘경세유표’ 경제토크쇼, 권원태 줄타기 명인의 공연 등이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지역 주민과 청년, 교육기관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형 문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약용 정신은 이제 역사적 가치를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흐름은 남양주가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살아있는 역사 도시’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양주의 상징이 되다…정약용 영정·동상 재탄생

 

지난 6월 공개된 정약용 선생의 새 동상과 영정은 남양주시가 추진한 상징적 프로젝트다.

 

정약용 선생은 조선 후기 실학사상의 거목이자 오늘날에도 사회개혁과 민본정신의 상징으로 평가받지만, 기존의 영정과 동상은 고증이 부족하거나 작가의 친일 행적 논란으로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제작은 후손 30명의 신체 계측, 문헌 고증, 제자 기록 등을 바탕으로 한 전국 최초의 시도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새로운 표준 형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 영정은 정약용의 60대 중·후반 모습을 문헌과 후손 얼굴·체형 데이터를 토대로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동상은 해배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여유당을 거니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어 현재와 소통하는 의미를 담았고, 걸음을 내딛는 자세로 백성을 향한 실학자의 위민정신을 표현했다.

 

영정과 동상은 교육적·문화적 활용도를 고려해 제작됐다. 시는 디지털 초상 이미지를 교과서와 지역 교육자료로 활용해 청소년에게 올바른 정약용의 모습을 전하고자 하며, 유적지를 방문하는 시민과 관광객이 역사적 상징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영정 봉안식과 동상 제막식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상징물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남양주는 역사와 브랜드를 결합한 도시 정체성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며, 이러한 흐름은 곧 다산 정약용 브랜드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새로 제작된 영정은 지난 9월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다산정약용함’ 진수식 홍보영상에 등장하며, 정부 기관 공식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날 진수식에는 주광덕 남양주시장과 정약용 선생의 7대 종손 정호영 씨가 대표로 참석해 ‘정약용의 도시 남양주’를 널리 알렸다.

 

시는 이를 계기로 ‘다산정약용함’과의 업무협약 및 자매결연을 추진해 공동브랜드 확산을 위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브랜드사업, 남양주의 정체성을 혁신하다

 

남양주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 전략을 모색하며 ‘대표성’과 ‘정체성’을 갖춘 도시 브랜드를 고민해 왔다. 인구 100만 메가시티로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이 도시 정체성을 확립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하고, 민선 8기에서 ‘다산 정약용 브랜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올해를 ‘다산 정약용 브랜드 확산의 원년’으로 정한 남양주시는 행정·교육·문화·도시공간·시민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을 실행 중이다.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정약용 보육과정’ 운영 어린이집을 확대해 9월 기준 280개소에서 5,720명의 아동이 다산 정신을 배우고 있다. 아울러 청소년을 위한 과학창의학교,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산차 시민아카데미·여유당 시민대학, 공직자를 위한 공렴학당도 운영하며 세대별 맞춤형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 공간 혁신도 활발하다. 지난 9월에는 지하철 8호선 다산역 6번 출구(길이 약 40m) 구간에 ‘다산 정약용 브랜드 테마역사’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 공간에는 새로 제작된 정약용 영정 상반신 이미지와 정약용의 다양한 저술을 서가 형태로 시각화한 전시 공간이 배치돼 있다.

 

 

특히 시민 참여 갤러리 존에는 ‘다산’ 두 글자를 활용해 정약용을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를 민화 문자도로 표현했다. 수원화성 축조에 사용된 거중기, 정조대왕 행차에 쓰였던 배다리, 정약용의 생가와 묘소, 암행어사의 상징인 매화 등을 세밀하게 담아내 방문객이 정약용의 삶과 업적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약용도서관 뒤편에서는 경의중앙선(도농~양정) 철도복개 및 공원 조성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농~양정 구간 594m 철도복개 상부와 인접 토지를 활용해 공원과 문화·상업·주거가 결합된 대규모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시는 이를 통해 비·눈·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계절형 실내 공원 ‘정약용공원(가칭)’을 만들고, 시민이 역사와 휴식,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도시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와 위민정신은 오늘날 남양주시가 지향하는 혁신 행정과도 맞닿아 있다”며 “이번 상징물 조성과 브랜드사업은 남양주가 역사와 혁신이 공존하는 100만 메가시티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열리는 제39회 다산정약용문화제에도 많은 시민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길 바라며, 남양주가 정약용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

이화우 기자 lh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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