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짠테크(짠돌이+재테크)’와 취미용 거래의 상징이던 중고거래가 제도권 관리 아래 들어가며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을 발표하고,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법 사각지대에 있던 개인 간 거래를 제도 안으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단순 취미용 판매자도 법적 책임을 지고 소비자 보호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플랫폼 역시 단순 중개를 넘어 산업적 규제와 신뢰 확보 의무를 지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환불 불가’ 문구가 사실상 무력화된 점이다. 판매자가 안내한 하자보다 실제 결함이 심해 구매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구매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반품 택배비와 안전결제 수수료 등 거래 비용 역시 판매자가 부담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준을 두고 “중고거래의 산업화를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은 단순 중개를 넘어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담하면서, 중고시장이 개인 거래 중심이 아닌 산업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제 관리도 강화된다. 국세청은 반복적 판매자와 고액 거래 이용자를 대상으로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를 진행했다. 지난해 안내 대상 379명의 평균 거래금액은 약 4700만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플랫폼으로부터 거래 내역을 수집해 고액·상습 판매자를 정밀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리셀(한정판 재판매)과 짠테크로 시작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현재 약 43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월 기준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127만 명에 달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당근마켓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망을 구축하며 배송 속도와 안정성을 확보했다. MAU 475만 명으로 2위를 차지한 번개장터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 AI 기반 위조품 판별 서비스 ‘번개케어’를 도입해 거래 신뢰도를 높였다. ‘속도’와 ‘신뢰’가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의 새 핵심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고거래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이라며 “판매자와 플랫폼 모두에게 책임이 부여되면서, 신뢰와 효율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 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