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을 곳은 빼고, 풀릴 곳은 묶였다”…10·15 부동산 규제 형평성 논란 확산

2025.10.20 13:50:54 5면

동탄·구리 제외, 수원·의왕 포함에 시장 혼선
“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 불투명” 지적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재지정되자,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아파트값이 급등한 화성 동탄신도시와 구리시는 규제에서 빠진 반면,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정체된 수원·의왕 등이 포함되면서 “정작 묶어야 할 곳은 풀어줬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함께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용인 수지 ▲안양 동안 ▲의왕 ▲하남 등 12개 경기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이는 2023년 1월 해제 이후 2년 9개월 만에 경기권에서 규제가 다시 도입된 것이다. 정부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급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작 과열 지역은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화성 동탄역 인근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이달 12억 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1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단지 전용 84㎡ 매물의 호가는 벌써 13억 원을 넘어섰다. 구리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역시 11억 78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처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들이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투자 수요가 이들 지역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발표 직후 매수 문의가 폭증했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1억~1억 5000만 원씩 올리고 있다”며 “서울이나 분당에서 규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원 장안·팔달·영통구 등은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하락한 지역임에도 규제지역에 포함됐다. 수원 팔달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과천 등 일부 과열 지역을 겨냥하면서 인근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묶은 것 같다”며 “거래가 거의 없는 지역까지 같이 규제돼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2년 10월 대비 지난달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은 의왕시가 약 14.9% 하락해 경기권 내 낙폭이 가장 컸고, 수원 장안(-9.2%)·영통(-8.6%)·성남 중원(-8.7%) 등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즉, 정부가 이번에 다시 묶은 지역들은 오히려 지난 3년간 가격이 크게 떨어진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 시장 안정보다는 ‘정치적 균형’에 치우친 행정 편의식 규제라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지정은 시장 상황보다 행정 구역 단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의 규제만 강화돼 시장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게 된다”며 “일부 지역의 과열을 잡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기보다, 정치적·행정적 균형을 의식한 결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되레 수도권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에서 빠진 동탄·구리·남양주 등지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단기간 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이번 규제지역 지정은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으나, 규제의 빈틈이 존재해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행정 구역 단위가 아닌 거래량·실거래가·공급계획 등을 반영한 정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규제의 ‘선별성’보다 ‘형평성’을 앞세운 탓에 오히려 시장의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거래절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외된 지역에서는 “이참에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한 수도권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대책은 시장의 열기를 잠재우기보다 방향을 바꿔놨다”며 “일관된 규제 기준이 없다면, 시장이 정부 발표에 따라 ‘투자지도’를 새로 그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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