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란 통계냐, 정책 은폐냐”…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폐지 논란 확산

2025.11.03 05:00:00 1면

표본·호가 기반 ‘부정확 통계’ vs ‘민간 통계 난립’ 우려 팽팽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 또다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정확한 통계가 시장 불안을 키운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이라는 악재를 감추려는 눈속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 소속 국토교통부 장관이 폐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통계의 존폐 여부가 본격적인 정책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 3만 5000가구 표본조사 통계…정확성 논란 재점화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은 2013년부터 작성돼 온 주간 단위 통계로, 조사원 약 300명이 전국 3만 5000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가격 변동률을 산출한다. 실거래가가 없는 단지는 유사 단지의 가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작성되며, 실거래가 기반 통계보다 시의성은 높지만 표본의 대표성·호가 반영 등으로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주간 단위로 집값 추세를 공개하면서 시장 심리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이어져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2023년 감사원은 2017~2021년 부동산가격 폭등기 동안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부동산원 간부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11명을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與 “호가 중심 왜곡 통계”…野 “불편하다고 감출 수 있나”

 

논란은 지난 9월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던 시점에 다시 불붙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토론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호가 중심의 통계 방식이 매도자 심리를 자극한다”며 통계 폐지 또는 비공표를 촉구했다.

 

이연희·염태영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를 혼합해 작성하는 현행 방식이 시장을 왜곡한다”(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적절한 공표 관행”(이창무 한양대 교수)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국정감사에서도 김 장관이 “폐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투기 심리가 과대 반영돼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고, 이연희 의원은 “시장 변동성만 키운다”며 폐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통계 조작 논란을 일으켰던 정권이 이제는 불편하다고 통계를 없애려 한다”(이종욱 의원)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한 주 새 0.5% 급등했다”며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통계 폐지 시도”라고 비판했다.

 

◇ 전문가 “통계 신뢰도 낮다” vs “공공 통계 공백 더 위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사원 주관 판단이 개입돼 신뢰성 담보가 어렵다”며 “이제는 실거래가 데이터가 충분해 주간 통계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유튜브·언론을 통해 실거래가가 즉시 공유되는 시대에 주간 통계가 시장을 자극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며 “공공 통계가 사라지면 민간 통계가 난립하면서 정보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공식 통계가 사라지면 시장이 유튜브나 ‘소문’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비공식 정보 확산이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은 총재 “통계 막는다고 현실 안 바뀌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통계를 막는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거래량이 적더라도 실거래 중심의 정확한 통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지 여부보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 체계의 재정비”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거래 기반의 객관적 통계로 개편하되, 공공 통계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통계의 신뢰’와 ‘시장 정보의 투명성’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토부가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폐지할지, 아니면 실거래 중심의 새 통계로 개편할지에 따라 향후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