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물고기와 도자기의 만남, 시대를 잇다

2025.11.13 13:12:31 10면

도어지교: 물고기가 전하는 삶과 풍요의 기록

 

물고기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었다. 강과 바다, 그 안을 유영하던 생명은 사람들에게 풍요와 건강, 지혜의 상징이었으며 도자기와 예술 속에 스며들며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도자재단은 내년 2월 22일까지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기획전 ‘도어지교(陶魚之交): 물고기 만난 도자기’를 통해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고려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어문 도자기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문화의 흐름 속에서 도자기 문양으로 끊임없이 채택되어 온 물고기의 기나긴 여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자연의 이치를 찾아서’는 고려시대의 관어 문화와 문인 문화에 주목하여 도자기 속 물고기 문양을 바라본다.

 

고려청자 속 유영하고 있는 물고기들은 평화롭고 유유자적하다.

 

특히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쌍어, 버들과 갈대 사이를 누비는 한 쌍의 원앙을 품은 '청자상감 쌍어포류수금문 모자합'은 물가 풍경을 바라보며 흥취를 느끼던 고려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2부 ‘군신화합을 위하여’는 조선시대에 들어서며 국가의 번영을 위해 신하들과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국왕의 마음을 담고 있다.

 

조선 초 국왕은 군신화합을 위해 연회를 열어 신하들과 술을 나누고 시를 지으며 태평성대를 기원했다. 이 바람은 도자기 위에도 새겨졌다.

 

그중 ‘분청조화 어문 병’에는 붕어나 쏘가리로 추정되는 작은 입과 뾰족한 등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

 

꽃가지를 문 쏘가리는 충신을 뜻하는 궐어를, 새우를 문 붕어는 출세를 상징하여 조선 사대부들이 지향하던 유교적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 군신이 함께 어우러지길 바랐던 당시의 염원이 전해지는 듯하다.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에는 사물과 자연을 관찰하여 지식을 체계화하는 박물학적 관심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3부 ‘지식탐구를 향하여’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전시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장준량의 ‘어해도’ 속에는 잉어, 쏘가리, 메기 등 다양한 어종이 담겨있다. 그림 속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당시의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관찰과 문헌고증이 유행했음을 실감케 한다.

 

또 '백자청화 파어수금문 병' 등의 백자에서도 다양해진 어종을 확인할 수 있다.

 

 

4부 ‘만사형통을 꿈꾸며’에는 민간에서 만들어진 어문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19세기에 들어서며 사대부에서 향유하던 것들이 민간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물고기는 입신양명, 부부금슬, 자손번성과 같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대표적으로 '백자청화 신구연어문 호' 속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는 출세의 소망을, 영험한 기운을 품은 거북이는 장수의 소망을 담고 있다. 한 화면에 이들 상징을 배치함으로써 그들이 일생동안 지향했던 이상적 삶의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과거에는 풍요와 조화를 상징하던 물고기가 이제는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이 되었다. 이는 우리가 자연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도자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황서영 인턴기자 ]

황서영 인턴기자 hsy1108@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