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혁 안성시의원 “아이 낳으라면서 밤엔 병원도 없다”

2025.12.09 16:17:23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슬로건과 정반대 현실
연 3억7천만 원 투입에도 밤 10시 이후는 사실상 무방비
시민은 평택·천안으로, 안성은 의료 사각지대에 고립

 

안성시의 소아·청소년 의료 체계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표방해온 안성시가 정작 아이들이 가장 취약한 야간·주말 의료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열린 안성시의회 정례회 보건의료 관련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승혁 의원은 안성시 소아·청소년 진료 공백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라 행정의 대응 수준이었다.

 

현재 안성시는 안성의료원을 통해 야간 소아·청소년 진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진료 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밤 10시 이후와 주말에는 사실상 공공 소아 진료 체계가 붕괴되는 구조다. 그 결과 상당수 보호자들은 응급 상황에서도 평택이나 천안 등 인접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일상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투입 예산 대비 실효성이다. 시는 소아진료 공백 해소를 명분으로 연간 약 3억7,6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실제 이용 환자는 1,200명 수준에 그쳤다. 야간 진료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정작 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대는 텅 비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의료 인프라 부재는 안성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안성시의 출생률은 최근 경기도 평균을 웃돌고 있음에도,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조차 없어 ‘분만 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안성의료원 단 한 곳에 의존하는 구조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결국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구호는 홍보 문구로만 존재할 뿐, 시민이 체감하는 의료 현실은 그와 정반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 공백을 ‘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고, 그 사이 불편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됐다.

 

최소한의 야간·주말 소아의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생 장려 정책과 도시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적 운영이 아니라, 예산과 제도를 동반한 실질적 의료 안전망 구축이다.

 

최승혁 의원은 발언 말미에서 “연간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밤 10시 이후 의료 공백이 그대로라는 점은 정책 실패에 가깝다”며 “의사 수급이 어렵더라도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만큼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환경의 개선이 시민의 일상에서 체감될 때 비로소 출생률 정책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정성우 기자 ]

정성우 기자 swju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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