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 제기기

2025.12.14 15:07:48 7면

과거 입법 논의 이뤄졌으나 재계 반발에 성과 나지 않아
"하나의 소송으로 병합 배상 빠짐없이 받을 수 있어"

 

최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가 대대적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개인정보 침해 분야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소송을 내서 이기면 판결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돼 나머지 피해자가 전부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집단소송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2005년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실시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소송은 공동소송으로, 직접 소송 원고로 이름을 올려야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 규모가 소액인 사건에서는 비용 대비 실익이 적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됐다.

 

올해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을 비롯해 다수 소비자가 같은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집단소송이 대안으로 제시돼 온 이유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뿐"이라며 "피해자가 다수인데 (피해) 액수가 적을 때는 소비자들이 실제 피해구제 절차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 분야 집단소송을 이끌어온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쿠팡 사태로 여러 로펌이 원고를 모아 소송을 진행 중인데, 재판부마다 결론이 들쑥날쑥할 수 있고 (같은 피해를 보았더라도) 참여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간 차이가 생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하나의 소송으로 병합해 배상을 현실적으로 빠짐없이 받을 수 있고 사법 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며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집단소송제 입법 논의가 이뤄졌으나 번번이 재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법무부도 지난 2020년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재계의 거센 반대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나란히 "소송 남발로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소송비용만 키우고 미국에서도 효과가 없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는 전 분야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서 집단소송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집단소송법안'(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소비자집단소송법안'(박주민 의원), '개인정보관련 집단소송법안'(전용기 의원) 등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면 정교한 제도 설계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증권 분야의 집단소송이 저조한 이유가 승소에 대한 불확실성이란 점에서 집단소송제 도입 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민사소송 개시 전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법원이 상대측에 문서제출명령 등을 내리는 절차)가 도입돼야 실효성이 담보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주영 변호사는 "대부분 증거가 피고 기업 측에 있는데 우리나라는 민사소송법상 상대가 가진 증거를 얻기 위한 수단이 제한돼 있다 보니 입증 실패로 인한 패소 가능성 때문에 증권 분야에서 제소가 저조한 측면이 있다"며 "민사소송 전반에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야 하고 그것이 힘들다면 집단소송의 경우라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증권 분야는 피해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이번 쿠팡 사태 같은 경우는 소비자 피해가 균일하다"며 "전체 피해자의 피해액을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는 복잡성이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집단소송의 경우 효용성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